일부 앱 오작동 부지기수·SOS 신고 사례 1년간 '0'
일과시간 한정 '안심택배' 직장인엔 무용지물 빈축
여성계 "보여주기식 1회성 한계… 근본적인 정책을"

불특정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남 묻지마' 살인사건 이후 여성과 관련된 각종 치안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경찰을 비롯해 각 기초자치단체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여성치안 정책조차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선거철이나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사건이 터지면 여성치안 관련 정책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지만, 일회성에 그치거나 현장에선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 전시행정 많은 여성치안 정책

지난해 5월 인천 부평구는 삼산경찰서와 함께 '여성안심존(ZONE) 애플리케이션(안드로이드용)'을 제작해 배포했다.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한 주민이 위급상황 시 스마트폰 전원버튼을 연속 4회 누르면 미리 지정한 보호자와 경찰에 연락이 가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앱에 오류가 많아 실제로 작동되는 경우가 드물다.

실제로 기자가 직접 24일 오전 11시40분께부터 1시간여 동안 20여 차례에 걸쳐 앱을 작동시켜 봤지만 단 1차례만 SOS 요청에 성공, 오류가 계속 발생했다. 부평구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지만, 오류를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연수구는 국비 5억6천만원을 들여 'U-안심서비스'를 시작했다. 아동·여성·노인 등 보호대상자를 위한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로, 보호자와 보호대상자가 함께 앱을 설치한 후 이들이 ▲현재 위치조회 ▲이동경로 확인 ▲SOS 안심블랙박스 영상 등을 공유하고 위급상황이 벌어지면 연수경찰서에 신고되는 서비스다.

그러나 시행된 지 1년여가 지났지만 실제로 이를 이용해 구와 경찰에 SOS를 요청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연수구에 사는 한 주민은 "이런 서비스가 있는지 처음 알았다"며 "지금 있는 여성치안 정책만 잘 돼도 끔찍한 범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예산·홍보부족 반쪽 여성치안 서비스

인천시는 지난 2014년부터 '여성 안심 택배서비스'를 실시했다. 택배 기사를 가장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여성들이 인근 주민센터 등 공공기관에서 택배를 대신 받을 수 있게 한 정책이다.

그러나 안심 택배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이 공무원 출·퇴근 시간대인 오전 9시~오후 6시로 맞춰져 있다 보니 직장 여성들의 이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시는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올해부터 '무인 안심 택배함'을 만들어 보급할 방침이지만 설치장소가 각 군·구마다 1곳씩으로 한정돼 있어 수혜를 볼 수 있는 여성들이 많지 않아 '보여주기식 행정'이란 빈축을 사고 있다.

이와 함께 인천지방경찰청이 실시하고 있는 '여성안전귀가서비스', 일부 자치단체가 진행하고 있는 '귀가 동행서비스' 등 비슷비슷한 여성치안 정책들도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인천 여성단체들의 설명이다.

조선희 인천여성회 대표는 "일이 터지면 1회성 치안정책만 자꾸 늘어가는 게 걱정스럽다"며 "근본적인 치안정책을 세우는 한편 여성이 생존에 위협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와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