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도쿄에서는 일본 트라이텍스 주식회사의 구와야마 히로아키(桑山裕章) 대표와 남경필 경기도지사 간의 투자양해각서(MOU) 체결식이 있었다. 나는 트라이텍스사의 한국 법인인 트라이테크 코리아 대표로 참석했다. 이날은 자동화 장치 설계·제조업체인 우리 회사가 경기도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투자하겠다는 것을 양측이 확인하는 자리였다. 한국에 첫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발로 뛰었던 지난 1년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본사에서는 지난해 2월부터 한국 법인 설립을 위해 지자체별 투자 환경을 조사하고 관련 자료를 검토해 왔다. 한국 진출이 처음이니만큼 여러 지자체의 투자유치 담당 공무원들을 만나서 상담했다. 당시 본사에서는 초기 투자 금액을 300만 달러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자 한다는 나의 말을 들은 각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의 첫마디는 "얼마나 투자할 계획이십니까?"였다. 심지어 "저희는 투자 금액으로 결정합니다"라는 노골적인 말까지도 들었다. 그들에게는 투자금액이 최우선이고, 아무리 기술력이 우수해도 중소기업은 상대를 해주지 않는 듯했다. 몇 군데나 헛걸음을 하고 한국 진출 포기까지 생각했다. 그러던 중 KOTRA 나고야 무역관을 통해 경기도 투자진흥과의 담당 공무원들을 만나게 됐다. 그 간의 경험에 비추어 큰 기대 없이 한 번 이야기나 해보자는 심정으로 나갔다. 그런데 우리 회사의 투자 계획을 들은 담당 공무원의 첫 마디는 놀랍게도 "그러면 저희 경기도에서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였다. 한국 투자가 진전되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직접 일본에서 건너오신 일본인 사장도, 나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그 어느 지자체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었다. 사장과 나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경기도로 투자를 결정했다. 이후 담당자와 만나 세부적으로 투자계획을 상담하고 도움을 받아 제조업체들이 밀집해 있고, 우수한 인적자원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고속도로와 공항 접근성까지 좋은 안산 반월공단으로 한국에 첫 거점을 결정했다. 경기도를 신뢰하게 된 본사에서도 투자금액을 2천만 달러로 변경했다. 기업인은 투자유치 담당자의 첫인상이나 친절만으로 투자할 곳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똑같은 조건의 두 곳을 놓고 선택을 해야 할 때는 조금이라도 특별한 느낌이 들었던 곳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처음 외국에 진출하는 기업들은 아무리 투자환경이 훌륭해도 이질적인 문화, 기업 정서, 노사문화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낯선 곳에서 누군가 친절하고 진심 어린 목소리로 응대한다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한줄기 빛을 보는 기분일 것이다. 남 지사는 내 이야기를 듣고 향후 기업들의 투자 문의가 오면 "우리 도에서는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라고 응대하도록 지시하셨다고 한다. 투자를 결정하는 건 기업이지만 그 기업의 선택에 결정적인 1%의 영향을 미치는 것은 투자유치 담당자들의 진심 어린 한마디일지도 모른다.
/김철민 (주)트라이테크 코리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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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8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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