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초교 녹색어머니회 회장 안혜진
안혜진 광주초등학교 녹색어머니회 회장
아이들의 안전과 관련된 녹색어머니회 활동을 하면서 '여기저기서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갈 길이 멀구나'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한 두 가지가 아니고, 사회 전반의 이해와 관심 없이는 제대로 된 안전이 자리 잡기 힘들다는 것을 느껴왔기 때문이다.

얼마 전 아이가 다니는 학교 앞 건널목에 제법 큰 인형뽑기 게임기가 설치돼 아이들 통학 길에 위험요인이 된 적이 있다. 아이들이 학교 앞 문방구를 가려면 길모퉁이를 돌아야 하는데 게임기로 인해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고,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이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가 됐다. 그러던 중 광주경찰서에서 아이가 다니는 광주초교와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는 프로그램을 추진하게 됐고, 며칠이 지났을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며칠 후 건널목이 환하게 변해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각 기관과 안전과 관련된 여러 캠페인 및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고 있지만 형식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아쉬움이 남았다. 이번 프로그램도 일시적 형식적으로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광주 경찰관들과 녹색 어머니들이 안전한 등굣길을 만들어가는데 의기투합하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학교 특성상 크고 작은 골목과 학교로 통하는 입구가 많아 아이들의 등굣길 안전을 지키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녹색 어머니들과 공공근로 할머니 두 분으로는 역부족이었고, 더욱이 옆에 중학교가 함께 있어 등교 시간이면 차량을 통제하는 데 한계가 드러났다. 하지만 경찰관들이 참여한 이후로는 차량통제는 물론이고 녹색 어머니들의 말을 듣지 않던 일부 학생들도 안전한 등굣길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일이라는 생각보다는 아이들과 시민과 가까이 다가가는 광주경찰서 특히 정보과 경찰관을 보고 느낀 부분이 많았다.

언제까지 지속 될 지는 모르겠지만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프로젝트는 나 자신에게도 안전한 등굣길을 만들겠다는 열정에 힘을 불어넣었다. 진심은 통하는 법이라고 했던가. 학부모와 경찰의 진심이 합쳐지니 아이들과 인근 주민들도 안전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 같아 감사할 따름이다.

/안혜진 광주초등학교 녹색어머니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