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흙 속에 묻어둔' 신비로운 조화를 지닌 존재로서 피어난다. 꽃이 되기 위해서는 겨울을 견뎌야 하며 자신을 어두운 흙속에서 완전히 무화시켜야 "그 자리에 씨앗 대신/꽃 한 송이 피어나" 누군가에게 그 향기와 빛깔에 맞는 미소를 줄 수 있다. 우리는 그 꽃을 사랑과 고마움의 표상으로 비유하거나, 그러한 표시적 언어를 대체하는 '비언어적 미감'으로 사용해 왔다. 비록 한 송이 꽃일 지라도 형형하고도 다양한 색채와 질감은 마음의 동화적 조형미와 결합되어 부드러운 곡선의 미학으로 다가온다. 소리도 나지 않는데 '진종일 자릉자릉' 심금을 울리는 꽃을 보라. 원래 '꽃씨'였으나, 그렇게 당신 앞에 오기 위해서 '씨'를 버리고 '꽃'만 남지 않았던가. 꽃은 '당신이라는 씨'를 남기려고 '자신의 씨'를 묻은 '사랑의 결정체'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