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1919년 개화기 신소설 부산보다 더 자주 등장 '단골 소재'
가난한 노동자·실향민 등 중심 배경… '다양성 근간' 장르 관통


소설가 김탁환은 "인천은 이야기가 득실득실한 도시"라고 했다. 인천을 구성하는 다양한 출신의 사람들과 시대적 상황에 따른 그들의 삶은 인천이 많은 문학적 서사를 갖는 필연적인 이유가 된다. 인천이 한국문학을 키우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낳을 수 있었던 것엔 이런 배경이 있다.

■ 신소설 속 인천

개항장 인천엔 일본인과 중국인은 물론 미국 등 서양인의 출입이 빈번했다. 각국의 조계지는 물론, 영사관과 상선회사, 무역회사, 병원과 교회, 근대식 호텔·식당이 생겼다. 증기선과 철도가 다니고 여러 외국 회사가 들어선 역동적인 인천의 풍경은 문명개화를 강조했던 작가들에게도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20세기 초반 등장한 신소설에 인천이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이유다. 어찌 보면 개항도시 인천의 활력과 화려함 뒤에 가려진 당시 조선사람들의 암울했던 모습을 고발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문학평론가 이경훈이 1905년부터 1919년 사이 발간된 서사물(신소설·전기 등) 속 어휘를 정리한 '한국근대문학풍속사전'을 보면, 전체 130편의 서사물 중 인천이 등장하는 작품은 최초의 신소설 이인직의 '혈의 누'를 비롯해 총 17편이다. 인천보다 먼저 개항한 부산의 13편보다도 많다.

■ 노동자의 도시 인천

인천엔 가난 속에서 먹고 살아야 했던 수많은 노동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삶의 이야기는 인천을 한국 노동문학의 중심으로 이끈 배경이 됐다. 시작은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가 강경애는 '인간문제'에서 인천 부두노동자의 쟁의와 공장 노동현장에서의 갈등을 이 작품에서 다뤘다.

이후 70~80년대 인천 노동자들의 아픔을 담은 석정남의 수기 '공장의 불빛', 정명자의 시집 '동지여 가슴을 맞대고', 정화진의 '쇳물처럼' 등은 한국 노동자문학의 계보를 이었다는 평가를 얻는다. 창작과 비평 1989년 봄호에 실린 방현석의 '새벽출정'은 인천 주안 5공단 세창물산에서 일하던 '깡순이'의 투쟁일기다.

이 작품은 특히 노동자문학을 하나의 장르로 안착시킨 작품으로 평가된다. 노동자들의 무권리·저임금의 고통을 겪던 여공들의 이야기를 작가의 체험을 바탕으로 담았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 분단 현실 속 인천

인천은 분단의 도시다. 북한과의 긴장관계는 지금까지도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등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이는 인천이 한국 분단문학의 뿌리를 자처하는 배경이 된다. 박완서의 자전적 연작소설 '엄마의 말뚝'은 분단과 한국전쟁으로 겪은 아픔과 그 운명에 맞서는 평범한 실향민의 의지와 한을 다뤘다.

그의 소설에서 분단은 어머니를 짓밟고 모든 것을 빼앗아 간 괴물로 표현된다. 북한과 가까워 실향민이 많은 인천 강화군의 북쪽 바닷가는 이 소설의 주된 배경이다. 이 작품으로 박완서는 1981년 제5회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전장의 참혹상을 실감 나게 보여준 유일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 이원규는 소설 등을 통해 한국전쟁 전후 극명했던 좌우 이념대립, 이데올로기로 빚어진 섬마을의 참극, 연좌제의 고통 등을 잘 보여줬다. 그의 장편 '황해'는 특히 인천상륙작전 당시 시가지 장면을 상세하게 보여준 것으로 유명하다.

이 외에 갯벌과 섬·바다 등 인천의 자연환경은 인천의 문학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우리나라 문학을 떠받쳐왔던 인천의 문학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시대를 관통해 왔다. '다양성'을 근간에 둔 인천은 그렇게 한국문학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