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40대 남성 자기집 방화… 안방서 잠자던 80대 아버지 숨져

인천 중부경찰서는 지난 29일 오후 자신의 집에 불을 질러 안방에서 잠을 자던 80대 아버지를 숨지게 한 혐의로 A씨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30일 오전 인천시 중구 도원동 A씨의 집에서 경찰과 소방관계자들이 화재현장을 살피고 있다. /조재현기자 [e-mail]

최근 정신질환자들의 '묻지마 범행'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인천 중구에서도 정신병을 앓고 있던 40대 남성이 한밤중 자신의 집에 불을 질러 잠을 자던 아버지를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인천중부경찰서는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A(48)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9일 오후 10시 40분께 인천시 중구 도원동의 한 주택 1층에 석유를 뿌린 뒤 불을 질러 안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아버지 B(81)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불을 지른 뒤 집 밖에 나와 있다가 이웃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내가 불을 질렀다"고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조사 결과 직업이 없는 A씨는 10여 년 전 어머니가 사망하면서 아버지와 단둘이 산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경찰은 A씨가 최근 정신질환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던 사실도 조사를 통해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사실은 인정했지만, 범행 이유에 대해서는 "아버지와 함께 죽으려고 했다"고 말했다가 "화가 나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하는 등 일관성 없는 진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B씨가 화재로 인해 숨진 것으로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고, A씨의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아버지를 숨지게 하려 한 의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입을 열지 않고 있고, 불을 지른 동기에 대해서도 횡설수설하고 있다"며 "A씨가 정신병으로 치료받은 이력이 있기 때문에 수사에 필요하다면 정신 감정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주엽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