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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남의 의중을 파악하고 싶으면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것이고 하나는 간접적으로 떠보는 것이다. 고전에는 떠보는 방식의 이야기가 꽤 있는데 논어가 대표적이다. 하루는 공자의 제자인 염유가 선생님이 衛나라 임금을 과연 도와주실지 궁금했다. 그러자 자공이 공자의 의중을 알아보겠다고 하며 선생님께 질문을 하였다. 그 질문의 내용은 백이숙제가 어떤 사람이었냐는 것이었다. 공자는 옛날의 현인들이라고 답하였다. 그러자 "원망하였습니까?"라고 다시 묻자 공자는 "仁을 추구하여 仁을 얻었는데 무슨 원망이 있었겠느냐!"라고 하였다. 자공은 공자와의 문답을 마치고 선생님은 위나라 임금을 돕지 않을 것이라고 염유에게 말하였다.

자공은 공자에게 직접적으로 위나라 임금을 도우실 것인지 묻지 않고 백이숙제에 대한 생각을 물어 공자의 의중을 파악한 것이다. 당시 위나라 임금은 출공(出公)으로 영공(靈公)의 손자이자 괴외(괴외)의 아들이었다. 출공은 할아버지 영공이 죽자 송나라에 망명 가 있던 아버지를 불러 왕위를 계승하지 않고 자기가 왕위에 올랐던 인물이다. 반면에 고죽군의 두 아들이었던 백이와 숙제는 서로 왕위를 사양하여 도망간 인물이다. 서로 상반된 역사인물에 대한 생각을 통해 의중을 파악한 경우이다. 자공은 공자가 백이·숙제를 칭찬하는 것을 보고 그와 상반된 행위를 한 위나라 임금을 도울 리 없다고 본 것이다. 고전을 꾸준히 읽다 보면 그 안에 등장하는 옛날의 현인과 접하게 되는데 그들의 됨됨이를 알아두면 그와 상반된 인격은 저절로 눈에 들어온다.

/철산(哲山) 최정준(동문서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