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억 시선집·한하운 친필원고·윤동주 초판본 등 지속 확보 온힘
기획전 연계 시민강좌 만원사례 '인기' 전문가 대상 포럼 준비도
인천은 '한국근대문학관'을 중심으로 한국문학의 저변을 꾸준히 넓혀 왔다. 한국문학유산에 대한 연구·전시는 물론, 시민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진행해 왔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립한국문학관'의 기능에도 포함된다. 인천은 이미 수년 전부터 '국립한국문학관' 운영을 준비해 온 셈이다.
■ 문학유산의 보고, 인천
한국근대문학관을 운영하는 인천문화재단은 2007년 한국문학과 인문학 관련 자료 2만4천여 점을 한 소장가로부터 인수했다. 미국의 한 대학으로 갈 뻔한 귀중한 자료였다. 서구열강의 침략과 일본에 의한 식민지배라는 질곡의 역사 속에서 일궈온 우리만의 문학작품들이 많았다.
한국근대문학관 설립 논의는 그렇게 시작됐고, 인천문화재단은 근대문학과 관련한 자료를 지속해서 확보했다. 소장자료가 어느새 2만9천여 점으로 불었다. ┃그래픽 참조
우리 민족의 정서가 총체적으로 녹아 있는 이들 작품은 2013년 9월 문을 연 '한국근대문학관'을 통해 일반에 공개됐다. 1934년 시인 김억이 낸 한정판 번역시 선집 '망우초'는 시집 한권 속에 그림 9점과 글씨 6점 등 모두 15점이 수록돼 있다.
춘원 이광수와 상허 이태준, 석영 안석주 등 당대를 풍미한 문인과 화가들이 직접 책 낱장 위에 그리고 썼다. 한센병 환자로 한센인의 아픔을 담아 낸 시 '보리피리'로 잘 알려진 한하운의 친필 원고, 박목월·조지훈·박두진이 1946년 공동 발행한 시집 '청록집'도 만날 수 있다.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본,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초판본도 있다. 이외에 국내에선 쉽게 찾을 수 없는 희귀 자료들이 많다. 전시 등에 쓰이는 자료보다 수장고에 있는 자료가 훨씬 많다. 확장 가능성도 충분하다.
■ 인천, 문학과 사람을 잇다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도 활발하다. 문학과 인문학을 더욱 쉽고 재미있게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나라 고전문학과 근대문학의 명작을 다루는 강좌는 물론, 세계문학을 다루는 강좌도 있다. 문학관 기획전시와 연계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문학과 인문학을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들 강좌는 수강생 모집 때마다 만원 사례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수도권을 넘어 전국적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근대문학관은 학술심포지엄과 문학포럼 등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특별강좌도 준비 중이다.
이현식 근대문학관 관장은 "최근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으로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긴 했지만, 우리 문화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한국문학의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며 "한국문학을 외면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근대문학관이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인천은 정부가 설립을 추진하는 한국문학관을 채울 자료와 운영을 위한 노하우를 이미 갖추고 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