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법정기한내 원구성 여부 20대국회 순항 가늠
현안·쟁점, 당론·노선 떠나 의원 자율성 확보돼야
국회법 개정하면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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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여소야대의 20대 국회에서 협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대선과 맞물리면서 헌정 사상 최악의 국회는 불가피하다. 협치(協治)가 협치(狹治)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법정기한내 원 구성 여부가 20대 국회 순항 여부의 가늠자가 될 것이다. 어떤 정당도 국회 과반을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다수결에 의한 국회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 여야 어느 한 정당으로는 일반의결정족수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쟁점법안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더구나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에서 헌법재판소가 각하 결정을 내림으로써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명분은 상실됐다. 여야의 협력 없이는 국회는 마비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상임위 소관 현안 조사'를 가능케 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20대 국회 초입부터 여야의 대립은 불가피해졌다.

19대 국회 임기 만료 이틀을 앞두고 행해진 대통령의 재의 요구는 야당이 '꼼수정치'라고 반발해도 이에 대항할 명분이 없다. 새누리당과 야당의 합의로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임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20대 국회에서도 수평적 당청 관계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는 새누리당에서 비대위와 혁신위의 분리 운영이 친박 세력에 의해 좌절된 것으로부터도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다. 여야가 법정기한내에 20대 국회 원 구성을 마칠 수 있을지 가 향후 협치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둘째, 국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구를 구성하는 국회의원들의 자율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정당이 이념과 노선을 공유하는 정치적 결사체로서 특정 현안과 쟁점에 대해 구성원들의 입장을 당론의 형태로 특정할 수 있다. 정당정체성(party identification)의 측면에서 자연스럽다. 그러나 한국정당은 거의 모든 사안을 당론으로 구속하고 있다. 의원들의 소신이나 정치적 입장이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없는 구조다. 이를 혁파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과 개선이 필요하다. 의원들의 교차투표(cross voting)를 바탕으로 한 여야의 협력을 위해서도 공천제도의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각 당의 공천제도가 각 계파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결정됨으로써 정당정치가 계파패권주의로 흐를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지 않고는 헌법기관으로서의 의원들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없다. 국민공천제가 갖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정당의 존재가치를 살릴 수 있는 공천제도를 공직선거법에 규정함으로써 공천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 공천이 정당내 특정 세력의 폐쇄성과 패권주의를 부추기는 수단으로 기능한다면 정치는 협량(狹量)한 파벌정치로 전락한다.

셋째,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임을 폐지해야 한다. 헌법 43조는 '국회의원은 법률이 정하는 직을 겸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국회법 29조는 '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직 이외의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법을 개정하면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을 막을 수 있다. 지난 국회에서도 여야가 국회법 29조 개정을 합의했으나 여야의 이해 일치로 논의조차 실종된 상태다.

내각제 권력구조에서는 의회가 내각을 구성하기 때문에 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은 당연하다. 그러나 입법부와 행정부의 융합을 권력운용 원리로 삼고 있는 내각제와 달리 대통령제는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의 견제와 균형 원리에 따라 운용된다. 입법부는 행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기본으로 한다. 그런데 입법부 구성인자가 행정부의 직책을 겸하는 것은 대통령제의 기본 원리에 배치된다. 내각제의 장점을 살린 혼합 대통령제란 주장은 강변에 불과하다.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직 가능은 여당의 청와대 예속을 가중시킴으로써 여야의 협치를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 여야가 협치와 소통을 한목소리로 강조하고 있지만 20대 임기 개시 이전부터 여야 관계의 냉각 조짐은 뚜렷하다. 협치(協治)가 협치(狹治)로 전락하는 순간 대선정국과 맞물리는 20대 국회는 '정치'를 상실하게 된다. 20대 국회가 새겨야할 명제다.

/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