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혐한(嫌韓)시위를 물리치는 시위에 가슴이 뭉클하다. '칸코쿠진 야다 이야다(한국인 싫다!), 타이쿄세요(물러가라)'라는 일본 극우단체의 이른바 '헤이토 스피치(hate speech→혐오 발언)' 시위대를 향해 '헤이토 스피치 유루사나이(혐오 발언 용서할 수 없다), 헤이토 스피치 야메테 카에레(혐오 발언 그만두고 돌아가라)' 등 피켓을 흔들며 외쳐대는 착한 일본인 시위대라니! 혐한 시위 격퇴시위를 주도한 재일교포 3세 최강이자(崔江以子·42) 씨가 그만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다. 혐한 시위 격퇴시위는 5일 오전 일본 도쿄와 요코하마 인근인 카나가와(神奈川)현 카와사키(川崎)시 평화공원 앞에서 벌어졌다. 그런데 최강이자 씨가 가장 감동, 와락 눈물을 쏟게 한 헤이트 스피치 격퇴 피켓 구호는 무엇이었을까. 그건 아마도 '이쓰마데모 토모니 코노 마치데(언제까지나 함께 이 거리에서)'가 아니었을까.
지난달 24일 헤이트 스피치 금지법안을 통과시킨 일본 의회는 그래도 모처럼 재일 한국인에게 관용적인 착한 일을 한 셈이다. 그러나 일본 극우단체뿐 아니라 일본인 심저(心底)엔 혐한 감정과 한국인을 깔보는(미쿠다스, 아나도루) 감정이 깔려 있다. 일본 식민지였던 한국, 아직도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한 수준을 멸시하기 때문일까. 2011년 11월 유엔을 방문한 아즈미 준(安住淳) 일본 재무상이 반기문 총장에게 90도 인사를 했다가 일본 네티즌의 뭇매를 맞았다. '그까짓 한국인에게 왜 그렇게 머리를 숙이냐. 자존심도 없냐'는 거다. 일본이 한국 등 아시아를 무시, 서구를 숭앙(崇仰)하는 정신의 뿌리는 깊다. 1868년 메이지(明治)유신 이전부터 '아시아를 벗어나 구미로(脫亞入歐)'를 외쳐댔고 '조선은 미개해 논할 가치도 없다'는 게 일본 돈 만 엔짜리 인물인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였다.
이제 한국을 보는 일본인 눈도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동양의 유일한 서방(?) 7개국(G7) 중 하나인 일본의 콧대는 여전히 높다. 그런데도 대다수 일본인들은 양심적이고 겸손하다. '이 거리 여기서 영원히 함께 살자!'는 카와사키 시민들이라니! 인종차별 없이 얼크러져 알콩달콩 살자는 그들의 심성이 얼마나 곱고 따뜻한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