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0701000446900021241

스위스가 성인 1인당 월 300만원씩 준다는 복지 국민투표를 부결시켰다. 실업급여, 노령연금 등과는 달리 무조건 그렇게 주겠다는데도 77%가 반대표를 던진 거다. 노동의욕 저하로 인한 실업자 양산, 세금 부담 말고도 국가경쟁력까지 걱정한 갸륵한 국민들이다. 그래서 1등 강소국(强小國) 아닌가. 복지 과다로 국가부도사태까지 부른 중남미 국가들을 비롯해 나라 재정이야 거덜 나도 알 바 없다는 듯 무상복지 잠꼬대에 빠진 나라에서 300만원 준다는 국민투표를 했어도 부결됐을까. 스위스는 국민투표 전문(?) 국가다. 인구 800만 명 중 10만 명 이상만 서명, 제안하면 국민투표 비용이야 어떻든 단행하기 때문이다. 2013년 3월엔 드높은 CEO 연봉을 제한하자는 국민투표를 67% 찬성으로 가결시켰고 2014년 5월엔 시급(時給) 22스위스프랑(약 2만5천원)의 최저임금 도입을 76% 반대로 부결시켰다.

1년에 한 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스위스는 1992년 9월만 해도 ①알프스산맥에 무개(無蓋)화차 통과 터널 두 개를 뚫을 것인가 ②증권거래 때 물리는 인지세 폐지 여부 ③공공주택 존폐 여부 등 6건을 국민투표 한번에 몰아쳤다. 중국은 국민투표를 하지 않지만 '국민투표'라는 말 외에 '취엔민꿍쥐에(全民公決)'라는 용어도 있다. 전 국민의 공적 결정이라는 거다. 그렇다면 좀 크나큰 사안을 두고 그런 투표를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영국은 오는 23일 EU 탈퇴 여부를 가리는 국민투표를 단행한다고 했고 프랑스의 샤를 드골도 국민투표에 의한 대통령중심제 개헌으로 제5공화정(1958~69)을 출범시킨 후 중대 사안 때마다 국민투표로 위기를 돌파했다. 1986년 아일랜드의 이혼 낙태 합법화 국민투표 부결 또한 중대 사안이었다. 이탈리아의 마약 사용 합법화 결정(1993년)이야 좀 어이없었지만….

그런데 레퍼렌덤(referendum)이나 플레비사이트(plebiscite)라 일컫는 '국민투표' 용어 자체부터 좀 우습다. 대선, 총선을 비롯해 그 어떤 선거도 국민투표가 아닌 비(非)국민투표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국민투표 만능해결 국가인 스위스가 월 300만원씩 굴러들어올 복지대박을 걷어차 버렸다는 건 대단한 쾌거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