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이여 당신이 나를 가지고 있다고 안심할 때 나는 당신의 밖에 있습니다. 만약에 당신의 속에 내가 있다고 하면 나는 한 덩어리 목탄에 불과할 것입니다.
당신이 나를 놓아 보내는 때 당신은 가장 많이 나를 붙잡고 있습니다.
애인이여 나는 어린 제비인데 당신의 의지는 끝이 없는 밤입니다.
김기림(1908~미상)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사랑은 소유할 수 없는 것을 알면서 그것에 집착한다. 당신 안으로 다가가면 당신 밖에서 저 만치 가 있는 "애인이여" 처음부터 서로의 것도 아니면서 구속하고, 누구의 것도 될 수 없으면서 속박하며 "당신의 속에 내가 있다고" 믿는 어리석은 그 이름 "애인이여" 사랑이라는 그 달콤한 말로 억압하면 할수록 검게 그을린 '한 덩어리 목탄'일 뿐, 자유를 허락할 때 '나를 붙잡고' 있던 '끝이 없는 밤'을 날아서 실체도 없는 '연애의 사각지대'에서 해방되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