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비나이는 국악기를 기본으로 한다. 피리(이일우), 해금(김보미), 거문고(심운용)의 트리오밴드다. 그들의 음악의 가치는 무엇인가? 잠비나이를 장르로 얘기하자면, '포스트록(Post-rock)'이다. 그간 한국에서 록그룹의 연주에 태평소와 같은 강렬한 메탈사운드가 합쳐진 적도 있었다. 언뜻 생각하면, 잠비나이가 다루는 세 개의 악기는 록에 전혀 적합한 악기가 아니다. 잠비나이는 세 악기 간의 시너지효과를 만들어내면서, 독특한 그들만의 사운드를 만들었다. 이런 것이 전 세계의 록팬을 열광시켰다. 한국의 민속악기가 록음악의 하나의 돌파구를 제시한 셈이다.
잠비나이는 결코 퓨전국악이 아니다. 2000년대부터 시작한 퓨전국악의 성과를 크게 인정한다. 재즈와 만나고, 힙합을 만나면서, 국악 혹은 국악기를 알렸다. 이런 퓨전국악은 불특정다수가 좋아하는 대중성에 연연하는 면이 강하다.
잠비나이는 다르다. 잠비나이뿐 아니다. 현재 해외 유명페스티벌에서 크게 부각되고 있는 숨'su:m'과 거문고팩토리는 다르다. 거슬러 올라가면, 공명이 있다. 이들의 음악을 이제 더 이상 퓨전국악의 범주에 넣지 않길 바란다. 왜냐? 이들은 기존의 퓨전국악팀들이 지향했던 '국악의 대중화'를 생각지 않는다. 더불어 그들의 음악을 '국악'이라고 불리는 것도 때론 불편해 할지 모른다. 그들은 자신의 음악을 하는 거다. 그 수단으로서 국악기가 존재하는 거다.
그렇다면 잠비나이와 같은 음악을 뭐라 해야할까? 포스트 국악(Post-gugak)이라고 불러야 한다. 잠비나이를 해외에서 민속음악에 기반한 포스트록이라고 인정하는 것처럼, 이들의 음악에는 기존의 음악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전향적 자세가 돋보인다. 기존의 퓨전국악에서처럼, 서구의 장르를 경외하거나, 서양악기를 모방하려는 방식과는 크게 거리감이 있다. 무엇보다도 국악기를 새롭게 다루려는 의지와 성과가 있다. 이들은 전통적 연주를 마스터했지만, 여기에 연연하지 않는 거다.
위의 단체들이 가장 중시하는 건, 구성원들과의 음악적 시너지다. 더불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음악과 가능한 차별화되길 원한다. 그들만의 음악적 정체성을 중시한다. 잠비나이를 비롯한 앞에서 열거한 팀들의 이런 특성이 여러 장르의 음악을 두루 거친 외국의 청중들에게 크게 어필하는 요인이다. 관객에 어필하는 것이 아니라, 국악을 뛰어넘으려는 의지와 성과가 그들의 음악에서 발견된다.
그들의 음악을 포스트국악(Post-gugak)이라 하게 될 때, 그들은 국악이라는 단어가 주는 중압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나의 장르로 구축되면서, 한국음악 혹은 한국악기에 대한 새로운 해석 및 실험이 앞으로 더욱더 자유스럽게 가속적 성장을 할 수 있다.
공명, 거문고팩토리, 숨, 잠비나이는 그간 정부 차원의 큰 도움 없이, 세계음악시장을 개척해서 그들만의 입지를 굳혔다. 이렇게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들은 모두 자생적 수익구조를 만들기에 고민하고 있단다. 무척 안타깝다. 대한민국정부가 장기적 안목으로 한국음악의 세계진출을 염두에 둔다면, 이제 이런 '포스트 국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윤중강 평론가·연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