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문 3개는 중첩해 비교한다.

논술카페-송기식
송기식 박문여고 교사
3개 제시문 비교하기는 일부 상위권 대학에서 논술 문제 유형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비교해야 할 제시문이 많은 경우 관점이 어떻게 다른지 고민해야 합니다. 우선 2개 제시문 간 공통적인 것을 묶어 다른 제시문과 비교해 서술하고, 또 다른 측면에서 같은 방법으로 다른 제시문과 비교해 서술하는 것입니다.

즉, "어떠한 측면에서 보면, (가)와 (나)는 서로 다르지만, (다)는 이렇다. 또, 어떠한 측면에서 보면 (가)는 이런 반면, (나),(다)는 이렇다"와 같은 서술방식입니다. 아래에서 실전 문제를 풀어보기로 합시다.

<문제1> 제시문 (가), (나), (다)에 공통된 주제어를 찾고 이를 바탕으로 제시문 (가), (나), (다)를 비교하시오. (1천자 안팎으로 작성·연세대학교 논술문제에서 발췌)

 <가>

 강녕의 용반, 소주의 등위, 항주의 서계는 모두 매화 산지다. 어떤 이는 "매화는 휘어져야 아름답고 곧으면 맵시가 없으며 틀어져야 아름답고 똑바르면 볼품이 없으며 성기어야 아름답고 빽빽하면 자태가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 하지만 문인화가들은 마음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러한 기준으로 천하의 매화를 평가한다고 큰소리로 분명하게 말하지는 못한다. 또한, 세상 모든 사람에게 곧은 것을 베고 빽빽한 것을 쳐내고 똑바른 것을 잘라 매화를 병들게 하고 매화를 빨리 죽게 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돈을 벌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매화를 틀어지게 하고 성기게 하고 휘어지게 하는 것은 돈 벌기에 급급한 우둔한 사람들이 그 머리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대신 문인화가들은 자신의 괴벽한 취미를 매화 파는 사람에게 확실하게 알려 똑바른 것을 베어 곁가지를 키우고 빽빽한 것을 쳐내 어린 가지를 죽이고 곧은 것을 잘라 생기를 막음으로써 높은 값을 구하게 하니, 강(江: 장쑤성)과 절(浙: 저장성) 지방의 매화는 모두 병이 들었다. 문인화가들이 끼친 폐해가 이 정도로 심할 줄이야!

 나는 300개의 매화 분재를 샀는데 모두 병들었고 온전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3일 동안 울고 나서 그것들을 치료해주고 풀어주고 순리대로 살게 해주겠다고 맹세한 뒤, 화분을 깨뜨려 모두 땅에 묻어주고 동여맨 끈을 풀어주었다. 5년을 기약으로 반드시 그것들을 회복시키고 온전하게 해주겠다고 다짐했다.

 <나>

 무량수전은 고려 중기의 건축이지만 우리 민족이 보존해 온 목조 건축 중에서는 가장 아름답고 가장 오래된 건물임이 틀림없다. 기둥 높이와 굵기, 사뿐히 고개를 든 지붕 추녀의 곡선과 그 기둥이 주는 조화, 간결하면서도 역학적이며 기능에 충실한 주심포의 아름다움, 이것은 꼭 갖출 것만을 갖춘 필요 미이며 문창살 하나 문지방 하나에도 나타나 있는 비례의 상쾌함이 이를 데가 없다. 멀찍이서 바라봐도 가까이서 쓰다듬어 봐도 무량수전은 의젓하고도 너그러운 자태이며 근시안적인 신경질이나 거드름이 없다.

 무량수전 앞 안양문에 올라앉아 먼 산을 바라보면 산 뒤에 또 산, 그 뒤에 또 산마루, 눈길이 가는 데까지 그림보다 더 곱게 겹쳐진 능선들이 모두 이 무량수전을 향해 마련된 듯싶어진다. 이 대자연 속에 이렇게 아늑하고도 눈 맛이 시원한 시야를 터줄 줄 아는 한국인, 높지도 얕지도 않은 이 자리를 점지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층 그윽하게 빛내주고 부처님의 믿음을 더욱 숭엄한 아름다움으로 이끌어 줄 수 있었던 뛰어난 안목의 소유자, 그 한국인, 지금 우리의 머릿속에 빙빙 도는 그 큰 이름은 부석사의 창건주 의상대사이다.

 이 무량수전 앞에서부터 당간지주가 서 있는 절 밖, 그 넓은 터전을 여러 층 단으로 닦으면서 그 마무리로 쌓아 놓은 긴 석축들이 각기 다른 각도에서 이뤄진 것은 아마도 먼 안산이 지니는 겹겹한 능선의 각도와 조화시키기 위해 풍수사상에서 계산된 계획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석축들의 짜임새를 바라보고 있으면 신라나 고려 사람들이 지녔던 자연과 건조물의 조화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을 것 같고, 그것은 순리의 아름다움이라고 이름 짓고 싶다. 크고 작은 자연석을 섞어서 높고 긴 석축을 쌓아올리는 일은 자칫 잔재주에 기울기 마련이지만, 이 부석사 석축들을 돌아보고 있으면 이끼 낀 크고 작은 돌들의 모습이 모두 그 석축 속에서 편안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희한한 구성을 이루고 있다.

 <다>

 르네상스 시대 궁정의 여성에게는 무엇보다도 '우아함'이 요구되었다. 우아하게 보이기 위해 가장 조심하고 피해야 할 것은 '꾸민 듯함'이다. '꾸민 듯함(아페타티오네)'은 '아무런 티도 안 냄(스프레짜투라)'과 대비된다. '우아함'을 훌륭하게 연출하는 최대의 요령은 이 '아무런 티도 안 냄'에 있다.

 '우아함'을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아무런 티도 안 냄'이라고 한다면 설명할 수 있다. '아무런 티도 안 냄'이란 '기교를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하면서 마치 아무런 노력이나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말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그럴 때 '우아함'이 가장 잘 드러나게 된다. 타인이자 동료인 궁정인들의 시선을 과도할 정도로까지 의식하고 계산한 끝에 나오는 연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결코 표면에 드러내서는 안 된다. 주체가 연기하는 '아무런 티도 안 냄'이라는 '태도(마니에라)'의 이상은 타자의 시선에 의해 구성된다. 그러므로 자연스러움이란 인위적인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바로 이 패러독스에 '아무런 티도 안 냄'의 본질이 있다.

 특히 여성은 그 태도나 몸가짐에서 가능한 한 '아무런 티도 안 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 즉 섬세하게 갈고 닦은 정신을 지니면서도 늘 아무런 궁리나 노력도 하지 않은 듯이 보여야 하는 것이다. 줄리아노의 말처럼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더욱 아름다움에 신경을 쓰는 게 당연하고도 정당한 일"이기에 여성은 남성보다 더욱 교묘하게 이 패러독스를 연기해야 한다.

■공통된 주제어 찾고 근거 제시하기.

우선 3개 제시문 간의 공통점을 찾습니다. 3개 제시문은 공통으로 아름다움(美)에 관해서 서술하고 있습니다. 좀 더 생각해 보면 단순히 각자의 아름다움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인위가 만들어 낸 미(美)의 근원을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

결국, 아름다움의 근원이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데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공통된 주제어입니다.

(가)는 매화를 인위적으로 꾸미는 문인화가들을 비판하며 매화의 아름다움은 자연 본래의 상태를 추구함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나)는 인위적인 건축물인 부석사 무량수전이 자연과의 어울리는 순리를 추구하고 있어 더 아름답다고 주장합니다. (다)에서는 인위적인 아름다움이 꾸미는 티가 나지 않을 때 아름다움의 근원에 도달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첫 번째 비교의 기준을 세우고 근거로 뒷받침하라.

우선 첫 번째 차이의 기준은 '아름다움의 근원이 어디에 있느냐'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가)와 (나)에서는 아름다움의 근원이 자연 그 자체나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것에 있다고 보지만 (다)에서는 아름다움의 근본은 인위적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가)에 따르면 매화의 아름다움은 자연 본래의 상태를 지킴으로써 얻어집니다. (나)에서도 부석사 무량수전의 아름다움이 자연과 어울림으로써 얻어집니다. 그러나 (다)에서 궁정 여인의 우아한 아름다움은 근본적으로 인위적인 아름다움입니다. 자연스러운 것은 인위적인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두 번째 비교의 기준을 세우고 근거로 뒷받침하라.

두 번째 차이의 기준은 '인공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평가'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가)에서는 매화에 인공적인 행위를 가하는 것이 아름다움의 근원을 해치고 있다고 보지만, (나)와 (다)에서는 인공적인 아름다움이 아름다움의 근원을 해치지 않습니다.

(가)에서는 매화를 인공적으로 조작해 아름다움을 억지로 만들어 가는 것을 비판합니다. 하지만 (나)에 따르면 풍수의 자연과 어울림으로써 인공적인 건축물인 부석사 무량수전이 더 아름다운 것이라 말합니다. 마찬가지로 (다) 또한 인공적인 아름다움을 위해 완벽하게 꾸미는 느낌을 주지 않으려 합니다.

지면 관계상 싣지 못한 참고 자료들은 아래 홈페이지 자료실을 이용해 참고하기 바랍니다. http://cafe.naver.com/songsks7 - <경인신공 독자와 함께>

/송기식 박문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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