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S(자동응답전화)는 먹통!'

주요 행정기관 및 공기업이 민원인 편의를 위해 설치, 운영중인 ARS가 오히려 민원인들의 '원성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ARS 사용법이 마치 '미로찾기'처럼 복잡할뿐 아니라 아예 연결조차 안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수원시 장안구에 사는 최모(60·무직)씨는 지난 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연간요양급여일수연장신청서'를 받았다. 신청서에는 그동안 최씨가 병·의원으로부터 받은 진료 내역과 투약일수가 빼곡히 적혀있었다. 복잡한 신청절차를 이해하지 못한 최씨는 자세한 내용을 물어보기 위해 신청서에 있는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었으나 오히려 분통만 터뜨리고 말았다.
 
두차례 벨이 울린 뒤 연결된 수화기에서는 녹음된 인사말이 흘러 나왔고 “상담원 통화를 원하면 '0'번을 누르세요”라는 말에 순순히 '0'번을 눌렀다. 그러나 상담원과 연결은 커녕 또 다른 안내말이 계속 이어졌다. 다행히 몇단계를 거친 끝에 다시 상담원 연결 단계에 '도달'했지만 이번에는 '상담원이 통화중이오니 기다려 주십시오'라는 말만 들릴뿐이었다. 최씨는 3차례나 복잡한 절차를 뚫고 전화연결에 '도전'했지만 끝내 통화중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해야 했다.
 
최씨는 “대부분의 민원인들이 상담원과 이것 저것 물어보고 싶어서 전화를 걸텐데 도대체 직원들과 직접 통화를 할수가 없다”며 “도대체 ARS는 뭐하는 거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미로찾기'같은 'ARS'는 다른 공기업은 물론 사법기관이나 행정기관 등에서도 비슷한 실정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의 경우 첫번째 단계부터 상담원 연결 코너가 있지만 실제 상담원 연결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또 안내 멘트가 너무 빨라 노약자는 잘 알아듣기 어렵고 그나마 잘못 듣고서 3~4차례 다시듣기라도 할라치면 통화가 강제로 끊긴다.
 
사법기관인 각급 법원도 민원 편의를 위한 ARS전화를 운영하고 있지만 아예 상담원 연결 서비스 자체가 없어 있으나마나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한 공단 관계자는 “통화가 잘 안되는 것은 납입 마감일이나 특별한 변화가 있을 경우 통화가 집중될 때 전화를 하기 때문”이라며 “평소 상담 전화 접속률은 평균 96% 이상을 선회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공단에서는 상담원이 퇴근한 시간에 걸려오는 전화의 경우 콜백(Call-Back·상담 예약)시스템에 의해 자동저장돼 다음날 아침 민원인에게 먼저 전화를 거는 등 민원인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