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하루 평균 1만5천여명이 이용하는 용인 공용 버스터미널이 낡은 시설과 노후화된 조립식 건물의 형태로 이용객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15일 오후 용인 터미널 이용객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찜통더위·화장실 냄새진동
볼일조차 못보고 그냥 나와
질서유지 시설 없어 새치기
市 "이달 용역 발주후 개선"


"100만 용인시 관문이 80년대의 모습이라니, 창피하고 답답할 뿐입니다."

용인 공용버스터미널에 대한 이런 민원을 접하고 지난 14일 낮 1일 1만5천여명이 이용하는 처인구 김량장동 23-1 버스터미널 현장을 찾았다. 200여 평 남짓한 매표소 건물 내부엔 20여 명의 승객들이 있었다. 나이 지긋한 한 노인은 연신 부채질을 해댔다.

외부 온도가 30도였는데 에어컨은 가동되지 않았고, 천장에 매달린 선풍기는 돌지 않았다. 의자는 낡았고, 바닥은 네모난 타일에 묵은 때가 끼어 색깔을 분별하기 어려웠다. 건물 끝 남자화장실에 들어서자 참기 힘들 정도로 암모니아 냄새가 확 올라왔다. 이용자들이 가장 큰 불만을 드러내는 악명 높은 장소다.

한 시민은 "어지간한 시골 재래식 화장실에서도 이런 악취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볼일을 보려다 그냥 나와 버렸다. 안쪽 여자화장실로 들어가는 20대 여성이 안쓰럽게 보였다.

버스가 나가는 입구의 한쪽 철망은 뒤틀리고 기울어져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다. 매표소 건물 외형은 흡사 80년대를 떠올리게 한다. 외벽 색깔은 바랬고, 롯데리아 간판마저도 촌스러웠다. 터미널 안쪽 승강장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는데 도무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시설이나 장치는 보이지 않았다.

이용객 나모 씨는 "가이드라인이 없어 길게 줄서 있지만 막상 버스가 도착하면 할아버지·할머니·아주머니들이 새치기를 하면서 대열이 엉망이 된다"면서 "시 관계자들이 한 번 줄을 서보라"고 호통쳤다.

터미널 안쪽 정비소 건물은 외형만으로 보면 농촌 축사를 연상케 했다. 역시 낡았고, 사료통 같은 용도가 불분명한 시설도 설치돼 있었다. 택시 승강장 쪽에서 이 건물을 보면 흉물이 따로 없고, 쓰레기가 쌓여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다.

지난 1992년부터 (주)동부익스프레스가 운영하는 이곳 터미널은 시유지로 건물은 올해 2월부터 기부채납받아 시가 동부익스프레스로부터 연간 4억원을 받고 있다.

동부 관계자는 "회사가 운영하는 전국 터미널 가운데 가장 열악한 시설"이라면서 "앞으로 운영방안에 대한 시의 확답이 없어 시설개보수를 위한 투자를 못하고 땜질식 임시조치만 취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시 관계자는 "이달 중 용역이 발주되면 내년 중 이전 또는 전면 개축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일단 그때까지는 화장실 등 급한 부분을 손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용인/홍정표기자 jp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