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군 양수리 팔당호에 위치한 족자섬 일대에 수천여마리의 민물가마우지가 사계절 집단 서식하면서 생태계 파괴 및 어족자원의 씨를 말려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1일 새벽 5시에 찾은 5만8천여㎡의 작은 섬인 족자섬(어민들은 쪽재섬으로 부름)에는 수천여마리의 민물가마우지가 집단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족자섬은 팔당상수원보호구역에 위치해 있어 일반인 출입이 제한되는 구역으로, 100년 이상 된 소나무 등이 자연림을 형성하면서 그동안 팔당호 상수원 보호구역에서 나름대로 자정작용을 해왔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겨울을 보냈던 철새 민물가마우지가 이상기후와 먹이환경 등의 변화로 텃새로 변해 최근 2년여 사이 개체 수가 급속히 늘면서 현재 족자섬 일대는 민물가마우지의 배설물 등으로 하얗게 뒤덮이고 이에 따른 악취가 진동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족자섬의 나무들은 강한 산성인 민물가마우지의 배설물로 인해 죽어가고 있다.
여기에 족자섬과 뱃길로 5분여 떨어진 돌섬은 두물머리 관광지에서 보이는 촬영지로 유명하지만 정작 돌섬에는 풀 한포기 남아 있지 않고 그나마 섬에 남아 있던 나무들은 민물가마우지의 배설물을 뒤집어 쓴 채 앙상한 가지들만 드러내 놓고 있다.
더욱이 민물가마우지는 오전 6시가 되자 여주, 팔당, 북한강 등으로 30~50마리씩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민물고기를 사냥, 이 일대 어민들의 생계도 위협하고 있다.
문준식(60) 전 양평군 어촌계장은 "이른 아침이면 바지선 앞쪽까지 몰려와 크고 작은 물고기를 싹쓸이하다시피 한다"며 "민물가마우지는 워낙 큰 새로, 한 마리가 잠수해 물고기를 잡는 것을 지켜보니 1일 1마리 기준 3~4㎏의 물고기를 먹어치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베스 등의 어종은 유해 어종으로 분류해 퇴치를 하면서 어민들의 피해가 심각한 민물가마우지는 왜 유해 조수로 지정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어민들은 하루빨리 민물가마우지를 유해 조수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들 어민은 "양평군이 지난해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뱀장어 외 4종의 치어 12만여마리를 방류하는 사업도 벌였지만 정작 민물가마우지 번식만 늘려주고 있는 형편"이라며 "이 사업의 성공 여부는 민물가마우지 퇴치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양평군 관계자는 "어족자원 보호와 상수원 보호를 위해 환경부와 협의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양평/박승용·서인범·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
[양평] 텃새로 변한 민물가마우지의 횡포, 생태계 '공공의 적'
양평 족자섬 수천마리 번식 산성 배설물에 나무 고사
어민 "어족 싹쓸이·어망 망쳐… 유해조수 지정" 촉구
입력 2016-06-14 21:16
수정 2016-06-14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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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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