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구 국회의원들 여론 호도·갈등 부추겨 '유감'
혐오·기피시설 아닌 '환경보호 시설' 인식전환 필요
시, 주민간 소모적 논쟁없이 협력하도록 적극 나서야


이재호_연수구청장_동정사진
이재호 인천 연수구청장
승기하수처리장 재건설 문제와 관련해 이웃 자치단체인 남동구가 들썩들썩하고 있다. 인천시가 검토하고 있는 승기하수처리장의 남동유수지 이전 방안을 반대한다는 것인데, 급기야는 지난 10일 남동구 지역 국회의원들까지 나서서 승기하수처리장의 남동구 이전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기에 이르렀다.

이 사안은 무엇보다 남동구와 연수구의 협력이 필요한데도 남동구 지역 국회의원들이 직접 나서서 여론을 호도하고 지역 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지금의 상황이 심히 유감스럽다.

승기하수처리장은 연수구와 남동구, 남구 일부 지역에서 발생하는 하수와 폐수를 처리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남동산업단지에서 배출하는 일 평균 3만여 t의 폐수가 포함된다. 게다가 인천시 하수도정비기본계획에 따르면 소래·논현, 서창 2지구 등의 택지개발사업이 완료되면서 만수하수처리장의 처리 용량을 초과하는 하수는 승기하수처리장으로 이송해 처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승기하수처리장은 연수구와 남동구에 꼭 필요한 도시기반시설이며, 혐오 기피시설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배척할 대상이 아니라 연수구와 남동구가 함께 끌어안고 '제대로' 짓는 것에 합심해야 하는 대상이다. '제대로' 짓는다는 것은 현재 승기하수처리장이 드러내고 있는 문제점인 악취 해소와 하수정화능력을 높이는 것이 대표적인 사안이 될 것이다. 현재 부지에 재건설을 하든, 이전해 건설하든 이를 염두에 두고 논의의 초점을 모아야 한다. 남동구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이 같은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전 논의 자체를 중단할 것을 주장하며 논의의 초점을 흐리고 지역 간의 갈등 구조로만 몰아가려고 하는 것 같다.

특히, 최근 공동성명서 발표와 언론사 인터뷰 등을 통해 송도국제도시의 연수구 관할권 결정까지 거론하면서 사실을 왜곡하고, 남동구 주민들의 피해의식을 자극해 여론몰이하려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과거 송도 5·7공구의 관할권 귀속 결정이 대법원에 이어 헌법재판소까지 가는 지루한 법적 공방을 벌였던 과정과 그로 인한 행정력 낭비는 인천시나 연수구가 촉발한 것이 아니다. 2011년 당시 인천시장 대변인으로 있던 사람이 지금 지위가 바뀌었다 해서 그 사안을 비판하는 것은 자가당착의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승기하수처리장의 남동유수지 이전 논의 또한 다른 대안들과 마찬가지로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장점은 다른 대안들에 비해 얼마만큼 유리한지, 그리고 단점은 얼마나 보완 가능한지 등에 대해 명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데도 일부 정치인들의 선동으로 그 같은 논의 자체를 가로막고 있지는 않은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수처리장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혐오·기피 시설이 아니라 소중한 환경보호 시설이며, 지역의 명소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많은 자치단체에서 전형적인 님비(NIMBY) 시설에 대한 친환경과 에너지 문제, 주민수익 개념을 가미하는 등의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는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소중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인천시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인천시는 재건설될 승기하수처리장에 대한 청사진을 연수구와 남동구 주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주민들이 더는 소모적인 논쟁에 매몰되지 않고, 큰 그림을 보며 협력할 수 있도록 합리적 조정자로서 해야 할 역할을 발휘해야 할 때다. 그리고 이제 그 기회는 얼마 남지 않았다.

/이재호 인천 연수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