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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단국대 초빙교수
법은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인류의 가장 보편적인 제도이다. 사회의 통념과 규범에 어긋난 행동을 한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함으로써 반사회적 일탈을 예방하고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근거가 된다.

법이 있기 때문에 성별, 계층, 재산 등 다양한 측면에서 상대적 약자들이 안전을 보장받고 사회적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최근의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는 법 집행의 양상은 법이 가지고 있는 정의 실현이라는 모습이 상실된 것처럼 보인다.

일례로 일면식도 없으면서 어떤 이의 직장에 찾아가 애정공세를 펼치고 그 사람의 집 근처로 찾아가 만남을 종용하기도 하며 심지어 그 사람의 가족에게까지 무분별한 생떼를 부리는 작자들이 있다. 일명 스토커인데 공인에게 주로 많이 발생하지만 요즘은 일반인에게도 많이 나타나는 추세다.

당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끔찍하고 불안감에 밖에도 못 나갈 정도인데, 법은 이들에게 너무나 관대하다. 피해를 보는 사람이 경찰에 신고해도 첫 번째 스토킹에는 무조건 훈방조치이다. 그나마 피해자나 그 가족들이 오랫동안 격리를 부탁해도 몇 시간 이상 붙들어놓지도 못한다. 이러한 조치 이후 당연히 대부분 다시 스토킹을 시작하며, 자신의 감정이 격해진다면 잔인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이러한 사례는 이미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알려졌기 때문에 굳이 부가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또 다른 사례를 보면 역시 일면식도 없는 여학생을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이유는 자신이 그 학교를 졸업했는데 자신에게 인사도 안 했다는 것이었다. 무차별 폭행을 당한 여학생은 뇌진탕 증세를 보이고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입었음에도 경찰의 대응은 여학생의 피해가 전치 2주에 불과하다는 것이었고 검찰도 피해자 조사 없이 100만원의 약식기소로 사건을 마무리 지어 버렸다. 100만원이 크다면 큰 금액이지만 누구라도 자신의 가족이 폭행의 피해자라고 가정했을 때 적절한 처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두 사례만 보더라도 한국 사회에서 법이 과연 선량한 시민을 지키고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어찌하여 법을 위반한 가해자의 권리만 끔찍이 보호하고 정작 보호를 받아야 할 피해자들에 대한 조치는 이렇게 무기력할 수 있는지 답답하기 그지없다.

스토커가 따라다닌 것 이외에는 아직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기 때문에? 전치 2주는 2주일이라는 시간만 지나면 자연히 치유되는 정도의 가벼운 상처이기 때문에? 이런 이유로 방관하고 방조한 결과가 최근에 나타나는 잔인한 범죄들의 양상이다.

법이라는 제도가 매우 강력한 규제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법 집행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가 나와서는 당연히 안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법이 가해자를 마치 보호하는 것 같은 모습으로 비쳐서는 더욱 안 될 것이다. 범죄는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그를 위해서는 보다 강력하고 엄정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강력한 처벌이 범죄 발생을 감소시키지 못한다는 주장도 존재함을 알고 있다. 하지만 최소한 강력한 처벌은 법이 나를 지켜준다는 자위와 피해를 본 사람들이 제도적 복수를 통해 정서적 만족을 느끼게 할 수는 있다. 하루빨리 법 제도의 정비를 통해 부디 평범한 시민들이 법을 믿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안전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재무 단국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