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와 안산중앙병원에 따르면 화성시 향남면 요리 D사에서 근무하던 왈리(29·여), 파타라완(30·여) 등 태국 여성노동자 5명이 지난해말 하반신 마비증세를 호소하며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측은 이들에 대한 근전도 및 신경조직 검사를 벌인 결과 지난 11일 이들 5명의 증상이 ‘노말헥산에 의한 다발성 신경장애’라는 최종 판정을 내렸다.

노말헥산(n-Hexane)은 무색, 무취지만 독성을 지닌 유기용제로 세척제나 공업용 접착제의 원료로 사용중이며 보호장비 없이 신체가 직접 노출되면 호흡기를 통해 독성이 들어와 신경장애를 불러 일으킨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비디오 및 DVD 케이스를 납품하는 D사는 전체 직원 50여명 가운데 외국인 노동자가 18명으로, 이번에 집단으로 다발성 신경장애 판정을 받은 여성노동자들은 밀폐된 검사실에서 장시간 별다른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생산제품을 용제로 세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안산중앙병원 조해룡 원장은 “처음에는 근육무력증과 사지지각 상실 증세가 나타나고 이어 하반신 마비가 발생하면서 거동이 불편해진뒤 상반신 마비 등 전신마비로 이어진다”며 “최근 중국동포 3명이 비슷한 증세를 보인 적이 있으나, 이렇게 집단적으로 노말헥산에 중독된 국내 사례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과 같은 증세를 보인 태국 여성노동자 3명은 발병 뒤 태국으로 돌아갔으나, 현지에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1명은 상반신으로 마비증세가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박천응 목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보호장비도 없이 열악한 근무조건으로 내몬 결과로, 이와 비슷한 환경의 공장이 많다”며 “전신마비를 보이고 있는 귀국한 3명의 여성노동자들도 데려와서 치료받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D사는 “수년간 노말헥산을 사용했지만 특별한 이상은 없어 신체에 이런 악영향을 주는지 몰랐다”며 “얼마전부터 일부 노동자들이 이상한 증세를 호소해 휴식을 취하도록 하고 병원 진료도 받게 했으나 방치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