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숲을 거닐 때가 있다. 잊지 못할 사람이 들어차 있는, 그 길을 찾아 한참을 방황하다가 길을 잃고 만다. 그리움의 나무들이 생각을 뻗어가는, 길을 따라 무작정 걷다가 보면 돌아가야 할 이유조차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당신이 멍하니 하늘을 응시하는 것도 거기서 무엇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허망한 마음을 허공에 풀어 놓는 것이다. 모든 것을 내어준 사람일수록 비워준 만큼 가득 찬 생각에 "사노라면 잊힐 날"을 기다린다. 만나기 위한 기다림이 아니라 잊어버리기 위한 기다림은 '못 잊어 나는 생각'일 수밖에 없다. '살뜰히 못 잊는' 그리움은 함께 했던 기억을 조금이라도 잊을 수 없다는 '슬픔의 역설'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