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식 소장
최태식 인천시 서부공원사업소장
월미공원! 여느 때나 다름없이 많은 시민이 산책하면서 여유를 즐긴다. 월미산은 2014년 산림청과 생명의 숲 국민운동본부에서 전국 '걷기 좋은 아름다운 숲' 20선에 선정된 곳이다. 전문가들도 감탄할 정도의 식생 층을 이루고 있는 숲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명소가 되어 있다. 여기에는 295종의 식물군이 생육하고 있으며 벚나무, 소나무, 느티나무, 상수리나무 등 17종 정도가 우점종으로 분포돼 있다. 대부분이 30~60년생 정도의 수목들이다.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하면서 몇 날 계속된 피폭으로 당시 민둥산이라 부를 정도로 생존한 식물체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런 큰 시련을 겪으면서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꿋꿋이 살아남은 나무가 있다. '월미평화의 나무'다.

수목분야 인문학분야 등 15명의 전문가 그룹이 참여하여 1년여 동안 정밀조사를 통해서 찾아낸 나무들이다. 대표성과 상징성을 갖추고 접근이 가능한 80년 이상된 7그루를 '월미평화의 나무'로 선정하였다. 한그루 한그루 잊혀지지 않는 기억들이 깊이 담겨 있는 나무들이다. ①은행나무(82년)의 아래로 예부터 소풍을 왔던 곳으로 가족처럼 품어주고 아픔을 함께한 정감이 가는 나무이기에 '치유의 나무' ②은행나무(104년) 주변은 당시 월미도 주민들이 모여 살던 곳으로 그날 그들의 아픔을 생생히 알고 있기에 '그날을 기억하는 나무' ③느티나무(245년)는 월미공원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로 그날의 상처를 그대로 간직한 채 꿋꿋이 견뎌온 어머니처럼 강인함이 묻어나 '어머니 나무' ④상수리나무(100년)는 풍파를 이겨낸 정자나무처럼 우리를 머물게 하고 예부터 우리에게 풍부한 먹을거리(도토리)를 제공하기에 '친구의 나무' ⑤벚나무(71년)는 그날의 엄청난 상처를 이기지 못하고 원줄기는 서서히 고사되어 있지만 네 가닥의 새로운 가지를 자식처럼 소생(蘇生)시켜 '다시 태어난 나무' ⑥화백(101년)은 천지개벽 같은 그 날에도 상처 하나 입지 않고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금껏 자연의 향기(피톤치드)를 듬뿍 뿜어주고 있어 '향기의 나무' ⑦소나무(94년)는 붉은 철갑을 두른 것처럼 자태가 현명하고 웅장함을 과시하면서 기상이 뚜렷한 모습으로 월미산의 나무들을 지휘하는 것 같은 기백을 지녔기에 '장군의 나무'라 하였다.

어쩌면 이 나무들의 사연은 우리가 만들어준 것이 아니라 그 당시의 기억을 증언하는 생명체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 나무들의 새로운 가치를 찾아준 것이다. 생물학적 생태적 가치와 함께 우리에게 주는 교훈과 상징적 가치로 볼 때 '월미평화의 나무'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할 것이다. 아동문학을 연구하는 분들께서 '월미평화의 나무'에 대한 동요 노랫말을 만들어주었고 작곡을 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대중가요로도 불리게 될 것 같다. 이런 면면들은 '월미평화의 나무'가 갖는 의미를 공감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앞으로 이 나무들을 큰 나무로 등록하여 제도적으로 잘 보존 관리를 해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월미관광특구의 관광인프라와 연계될 수 있도록 새로운 관광 콘텐츠로 개발할 계획이고 외국 3개국어 안내 리플릿도 제작 중이다. '월미평화의 나무'가 곧 상영될 인천상륙작전 영화의 흥행에도 충분히 일조할 것으로 본다. 결국 '월미평화의 나무'는 우리 인천의 새로운 글로벌 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아 갈 것으로 기대한다.

/최태식 인천시 서부공원사업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