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은 비만 역시 1등 선진국이다. 체중 181㎏의 사형수 미첼 루프(40)가 "내게 교수형이 집행되면 몸이 무거워 목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리되면 참수형과 뭐가 다른가"며 워싱턴 주 법원에 호소한 건 1994년 5월이었고 그의 소청(訴請)이 넉 달 뒤 토머스 질리 판사에 의해 받아들여졌을 때 몸무게는 5㎏ 늘어 186㎏이었다. CNN은 2014년 11월 '전 세계 비만 케어(care) 비용이 연간 2조 달러(약 2천400조원)로 전쟁과 흡연 비용(각각 2조1천억 달러) 다음'이라고 보도했다. 186㎏ 정도 미국인 뚱보는 아무것도 아니고 원유부국 중동에도 뚱보 천지다. 사우디 국왕의 명령으로 2013년 8월 수도 리야드 병원에 입원한 해리드 샤에리 군은 10대 후반이었다. 그런데 감량했다는 게 320㎏이었고 감량 전엔 무려 610㎏이었다고 2014년 2월 4일 CNN이 보도했다. 걔는 황소 무게였다.
뚱보 천국인 미국이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한 건 2002년이었고 애완동물비만예방협회(APOP→Association for Pet Obesity Prevention)라는 게 다 있다. 애완 반려동물 비만까지도 심각하다는 거다. 개와 고양이 비만 비율이 2007년엔 각각 10%와 19%였던 게 2012년엔 개 55% 고양이 53%로 늘었다. 그래서 개 고양이 다이어트 클리닉이 도처에 성업 중이지만 '문제는 보호자 22%가 동물 비만을 정상으로 착각하는 그 점'이라고 APOP 설립자 에니 워드 박사가 지적한다. 그런데 중국도 뚱보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비만 인구가 9천만 명에 달해 미국을 넘었고 최근 6년간 비만 인구가 4배나 급증했다는 거다. 인구 대비 비율이야 아직 7% 정도로 30%가 뚱보인 미국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 장차가 문제다. 중국 인구의 30% 뚱보란 상상만 해도 숨이 막힌다.
북한엔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외엔 뚱보를 보기 어렵다. 김일성광장 군중대회의 열혈 인민은 깡그리 수수깡 젓가락처럼 말라깽이다. 중국도 드디어 뚱보 선진국 대열에 끼었다는 뉴스, 미국은 개 고양이마저 비만이라는 뉴스를 '위대한' 뚱보 김정은이 들었다면 감회가 어땠을까. 인민을 배불리 먹이겠다는 그 큰소리 약속부터 실천할 수는 없을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