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황으로 주유소 폐업이 속출하고 있지만, 문을 닫은 주유소들의 기름탱크나 토양오염에 대한 사후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또 다른 안전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21일 오전 10시께 인천 서구 백석동의 한 주유소. 이 주유소는 폐업 후 1년째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주유소 내부로 들어가자 주유기 호스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보이는 기름 자국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주유기에 꽂혀 있어야 할 호스도 떨어져 나와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자칫 담뱃불 같은 인화성 물질이 주유기 주변에 떨어질 경우 금방이라도 화재가 날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주유소 인근에 거주하는 정모(38·여)씨는 "주유소 뒤에 중·고등학교가 있는데 밤에 학생들이 이 주유소 근처에 모여 있는 걸 종종 봤다"며 "혹시 학생들이 담배라도 피우다 불이라도 나면 큰 사고가 나는 것 아니냐"고 불안감을 나타냈다.
같은 날 오후 2시에 찾은 연수구의 폐업 주유소 또한 상황은 비슷했다. 방치된 주유기와 군데군데 남아있는 기름 자국 등 폐업 후 기름탱크 정리 등이 제대로 안 돼 방치돼 있었다.
지난해 인천에서는 23개의 주유소가 폐업했고 올해에도 13개의 주유소가 경영상 이유로 문을 닫는 등 간판을 내리는 주유소가 매년 수십 군데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문을 닫은 후 기름탱크 정리 등 폐업비용으로만 평균 1억5천만원이 들어 주유소 운영자들이 제대로 사후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 인천지부 관계자는 "인천지역을 비롯해 전국에 주유소가 늘어나면서 주유소 간 가격경쟁 등의 이유로 휴·폐업하는 주유소들이 많아졌다"며 "그러나 주유소를 폐업하려면 지하에 저장한 유류 저장탱크 등을 처리해야 하는데, 폐업비용이 1억5천만원 가까이 들어 일부 주유소들이 휴업한 뒤 시설물을 방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상윤기자 ss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