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봉초
텅빈 4학년 1반 21일 오전 용인시 수지구 한 초등학교 4학년 1반 교실(왼쪽)이 담임교사의 수업방식에 반발한 학부모들의 집단 등교 거부로 텅 비어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남학생 2명 정서적 학대 충격
논란피하려 아이들에 진술서
용인 A초교 학부모들 주장
교사측 "역할극 일뿐" 해명
교육지원청, 사실관계 확인


용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들이 담임교사의 수업방식에 반발해 집단으로 자녀의 등교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더욱이 학부모들은 교사가 수업 도중 학생들을 상대로 정서적 학대를 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1일 용인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이날 용인 수지구의 A초교 4학년 1반 전체 학생(총 17명)의 학부모들이 학교폭력상담교사이자 담임교사인 B(49·여)씨의 수업방식에 반발해 집단으로 자녀의 등교를 거부했다. 등교거부는 이날 하루 수업전체로 이어졌다.

이날 집단등교거부는 지난 3월 초 해당 반에서 열린 학교폭력예방교육 과정에서 B교사가 평소 욕설을 자주 하는 남학생 2명을 교단으로 나오게 한 뒤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서로에게 '쌍시옷'이 포함된 욕설을 하도록 지시한 것에 비롯됐다.

B교사는 당시 남학생 2명에게 서로 욕설을 시킨 뒤 "평소에 하던 욕을 자신이 들으면 어떤 기분을 느끼냐"고 묻기도 했다. 남학생 2명을 포함 반 전체 학생들은 심리적으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뒤늦게 학부모 사이에서 이 사실이 퍼졌고, B교사는 논란을 해명하기 위해 등교거부 사태 발생 하루 전인 지난 20일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당시 교육내용을 설명하며 "남학생 2명이 서로에게 욕하는 역할극에 대해 어떻게 느꼈는지"라고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B교사가 정서적 학대 논란을 피하기 위해 아이들을 상대로 진술서까지 받았다"며 반발 수위를 높였고, 이날 집단 등교거부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B교사는 "지난 3월에 남학생 2명을 상대로 서로에게 욕을 하게 지시했던 것은 학교폭력예방교육 차원에서 실시한 역할극이었다"며 "당시 예방교육은 아이들에게 사전에 고지했던 것으로 학대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학교 측 역시 학부모들이 이번 일에 대해 사전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요구사항을 제시한 적은 없었고, 집단 등교거부가 갑작스럽게 이뤄지면서 미처 대처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한편 용인교육지원청은 이날 A초교 집단 등교거부 사태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고, B교사가 학생들을 상대로 정서적 학대가 있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김범수기자 fait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