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어디에도 없는 '실내전용공간 聖地' 돼야
선발주자 따라잡을 수 있는 인천의 의지 필요
세상을 보는 시각의 이러한 혁명적 변화를 시청자미디어센터가 놓쳐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12월 박관민 한국드론협회장을 초청해 '드론, 미래를 열다' 주제로 특별 강연을 실시했다. 박해룡 협회 분과위원장의 드론 비행과 촬영 강의도 두 차례 이어졌다. 이렇게 특강을 통해 일반인들의 관심을 확인한 다음, 올해 '드론촬영'을 정규프로그램으로 편성했다. 매주 토요일 3시간씩 6주 동안 진행되는 강의에 수강희망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할 수 없이 당초 20명으로 계획했던 수강인원을 서른 명으로 늘렸다. 방송국 PD, 신문사 사진기자 등 영상전문가와 전공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센터 다목적홀에서 펼쳐진 강의는 참 볼만했다. 천정이 높은 다목적홀 이곳저곳으로 드론이 물잠자리처럼 날아다녔다. 수강생들은 전진과 후진, 하버링(hovering : 제자리 비행), 그리고 촬영법을 열심히 익혔다. 프로그램은 '대박'을 쳤다.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가 전국 최초로 '드론촬영'을 정규프로그램으로 편성했다는 자부심이 컸다.
그런데 요즘 마음이 편하질 않다. 재주만 부린 곰의 꼬락서니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시가 국내 첫 공인 드론공원을 개장한다는 기사를 접하고선 영 언짢다. 이번 주 토요일부터 광나루 한강공원에서 드론을 마음껏 날릴 수 있도록 모형비행장 일대 잔디밭 2만7천㎡를 '한강드론공원'으로 지정해 운영한다는 소식이다. 이 드론공원에서는 별도의 승인절차 없이 12kg 이하의 드론을 150m 미만 상공에서 자유롭게 날릴 수 있다.
강원도는 훨씬 더 조직적이다. 드론 레저산업의 국제표준화로 세계시장을 선점한다는 구상이다. 영월군은 부산, 대구, 전주, 고흥과 함께 지난 해 10월 국토교통부가 주도하는 드론 신산업 시범사업지역으로 지정됐고, 강원정보문화진흥원은 시범사업자로 선정됐다. 그렇다면 인천은? 너도나도 뛰어든 드론산업을 전략적으로 주요 정책구상에서 배제 시켰다면 차라리 다행이다. 그런데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동안 언급조차 없던 '드론'이 올 초 슬그머니 인천시 8대 전략산업인 항공산업부문에 끼어든 걸 보면 '전략적 배제'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뒤늦게 드론 레이싱에 뛰어든 형국이다. 과연 따라잡을 수 있을까?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 일대는 이미 드론동호인들 사이에선 '성지'(聖地)'로 불린다. 때가 되면 동호인들이 모여들어 다양한 이벤트를 벌인다. 그런데 바람 불고 비 오면 드론을 날릴 수 없다. 서울시가 선수를 친 한강드론공원도 마찬가지다. 악천후엔 별도리가 없다. 방법은 딱 하나. 이들을 실내로 불러들이면 된다. 다행히(?) 아직 드론을 위한 실내전용공간은 전국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면 삼산월드체육관이나 송도컨벤시아 전시장을 일주일이나 보름에 한 번, 드론에게 내주면 된다. 그렇게 하면 인천이 선발주자를 따라잡을 수 있다.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이 드론의 성지가 된 것은 인천시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뤄진 일이다. 이번에는 인천시의 의지가 필요하다. 삼산체육관에 드론을 허락하면 된다.
/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