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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장마에 돌도 큰다'고 했다. 돌이 자란다? 얼마나 시적(詩的)이고 멋진 말인가. '장마 도깨비 여울 건너가는 소리를 한다'는 말도 있다. 입속으로만 웅얼웅얼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그렇다는 거지만 도깨비가 여울 건너가는 걸 누가 보기라도 했다는 건가. 영어엔 장마라는 말이 따로 없다. 그냥 '계속 오는 여름 비(the rainy spell in summer)'고 '비 오는 시즌(the rainy season)'이다. 하지만 한·중·일 3국의 장마 어휘는 풍부하다. 우리말엔 장맛비, 장림(長霖), 임우(霖雨), 적우(積雨), 구우(久雨), 황매우(黃梅雨) 등이 있다. '장림'의 霖은 수풀처럼 내리는 비의 상형 글자다. '장맛비'는 우리 고유어지만 혹시 겨릅대(삼대)처럼 내리꽂히듯 쏟아지는 빗줄기라고 해서 '長麻' 또는 오래오래 성가신 귀신같다고 해서 '長魔'라는 걸 한글 표기한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중국어 장마 단어도 우계(雨季:위지), 매우(梅雨:메이위), 음우(陰雨 또는 淫雨:인위), 연음우(連陰雨:리엔인위) 등 다수고 '좌전(左傳)'엔 매림(梅霖), 임우(霖雨), 임림(霖霖), 임력(霖瀝)이라는 말도 나온다. 중국에선 또 열흘 이상 계속 오는 비를 '음우'라고 한다. '음'자는 雨 밑에 '음탕할 음(淫)'자가 붙은 글자다. 장맛비가 음탕하다 그건가. 일본어에도 장마를 가리키는 말은 장우(長雨:나가아메), 매우(梅雨:쓰유 또는 바이우) 말고도 음력 5월에 내리는 장맛비라고 해서 '사미다레'라는 말도 있다. 그런데 한·중·일 공통어가 '梅雨'인 까닭은 매실이 익어갈 이 즈음에 내리는 장맛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에선 매실이 아직 파랄 때는 청매우, 노랗게 익을 무렵에 오는 장맛비는 황매우라 하고 거셌다 약했다 오는 비는 남청매(男靑梅), 꾸준히 오는 비는 여청매라고 한다.

남녘의 장마전선이 중부지방까지 뻗쳐올라 왔다지만 장마전선이라는 말도 재미있다. 중국에선 엉뚱하게도 '우계전봉(雨季前鋒:위지치엔펑)'이라 하고 일본에선 '매우전선(梅雨前線:쓰유젠센)'이라 한다. 어쨌든 장맛비도 적당히, 피해 안 끼치고 행차해야 곱다. 돌이 자라도록 와서야…. 중국 남부지방과 일본 남부엔 홍수 피해가 크다. 기청제(祈晴祭)만 안 지내면 그나마 다행일 게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