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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깨부수지 않고도 국회의원들을 안 보는 방도는 없을까. 그야 죽어야만? 세월호 사고 때는 딱 한 가지 좋은 점이 있었다. 1주일 동안 국회의원 얼굴들이 TV에 안 떴던 거다. 나라에 해만 끼친다고 해서 '국해'의원이고 생선회가 죽처럼 된 게 '국회'라는 소리도 못 들었는지 이번엔 모 의원이 국회 분원을 세종시에 두자는 안을 냈고 여야 38명이나 찬성했다. 세종시 정부부처 업무 효율을 위해서라지만 정신 나간 소리다. 쪼개진 행정 부처로 인한 비효율에다 의정 비효율까지 추가하자는 건가. 무엇보다 분원 건설 예상비용이 1천70억원이라고 했다. 그러지 않아도 강화도에 사실상의 휴양시설로 주말과 휴가철 외엔 텅텅 비는 국회 의정연수원이 있는데도 강원도 고성에 또 다른 의정연수원 완공을 앞두고 있어 빈축을 사는 게 국회다. 자그마치 축구장 50배 넓이에 350억원을 들였다는 거다.

국회 분원이 아니라 아예 국회를 옮기고 청와대까지 세종시로 이전시키자는 소리까지 모 도지사의 입에서 불거졌다. '관습헌법상 서울이 수도고 청와대 국회 대법원은 서울에 있어야 한다'고 2004년 위헌 판결을 한 헌법을 뜯어고쳐 그리하자는 거다. 그건 2012년 문재인의 대선 공약 복창(復唱)이지만 이전 비용은 상상이나 해 봤나? 세종시야말로 기태(奇胎) 괴태(怪胎)에서 나왔다. 노무현의 대선 공약인 세종시 건설을 MB가 취소하려 하자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게 박근혜였다. 아무리 대선 공약이지만 잘못된 공약은 취소하는 게 당연하다. 미국 동부 끝 워싱턴을 대륙의 중심인 네브래스카나 캔자스로 옮기자는 소리를 들어봤는가? 유럽 쪽의 변두리 모스크바를 중간 경도(經度)선인 톰스크(Tomsk)로 이전하자, 북쪽의 베이징을 그 아래 충칭(重慶)쯤으로 천도(遷都)시키자는 소리 또한 들어본 적 있는 가.

고양이 이마빡만한 국토에서 수도를 쪼갠 건 비효율의 망발이었다. 국회도 청와대도 세종시로 가면 통일 후의 수도도 남쪽으로 치우친 세종시에 그대로 두자는 건가. '서울 코리아'는 영원한 거다. 세계인의 기억에도 그리 각인돼 있다. 그걸 바꾸자는 건 상식에 대한 쿠데타, 무지망작(無知妄作)이 아니고 뭔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