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초가 되면 괘를 얻어 새해의 흐름을 예상해보곤 하였다. 2016년은 병신(丙申)으로 병신가관(丙申可觀)이라고 한 적이 있다. 주역의 풍지관괘(風地觀卦)에서 취한 것이다. 볼만 하다는 것인데 상반기가 지나면서 무엇이 볼만한 일이 있었나를 검토해보는 것이다. 처음에 볼만 한 것이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을 관전한 것이다. 바둑의 백돌과 흑돌 자체가 음양(陰陽)의 의미인지라 이것이 암시하고 상징하는 바는 매우 큰 것이었다. 주역에서는 陽은 정신적인 것이고 陰은 물질적인 것이라고 여기는데 기계가 인간을 이겼으니 큰 틀에서 보면 陰이 陽을 이긴다는 조짐을 드리우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16년 만에 여소야대의 판을 만들어준 선거이다. 모든 여론조사의 예측을 뒤엎고 야당이 여당을 압승하였다. 이것 역시 여당이 陽이라면 야당이 陰인데 음이 양을 이긴 것이다.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일로 멀리 일어나는 일을 깨우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논어의 능근취비(能近取譬)이다. 국제적으로 요즈음 시끄러운 브렉시트 역시 금융시장에 하방압력을 주고 있다. 특히 금융시장에서 상승이 陽이라면 하락은 陰인데 각종 여론조사의 예측을 뒤엎고 이 역시 음이 양을 이긴 것이다. 상반기에 진행된 세 가지 일을 취해서 앞으로 하반기에 어떻게 진행될지 헤아려보는 것도 능근취비(能近取譬)이다.
/철산(哲山) 최정준(동문서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