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내성·일상생활 장애 등
10명중 3명 '중독 위험군'
가정에서 부모의 관심·지도 절실
강압적 제지보다 대화 통해
이해시키는 과정 필요하고
조절능력 길러주는게 매우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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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철수 한신대 교수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디지털 정보가 손꼽히고, 대부분의 사람이 개인화된 뉴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정보화와 뉴 미디어의 발전으로 인한 심각한 역기능이 현실화되기도 한다.

특히 대표적인 뉴 미디어 디바이스인 스마트 폰의 경우 그에 대한 중독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를 촉발시키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한국정보화진흥원과 함께 스마트 폰 및 인터넷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2015년 인터넷 과의존(중독)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가 최근 발표되었는데, 우리나라 청소년 10명 중 3명은 스마트 폰으로 인한 금단, 내성, 일상생활 장애 등을 겪는 중독(과의존) 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험군은 스마트 폰으로 인한 금단·내성·일상생활 장애 등 세 가지 증상을 모두 보이는 경우에 해당하며 잠재적 위험군은 이 중 1∼2가지 증상을 보이는 경우라고 한다. 청소년으로 국한해 보면 고위험군은 전년보다 0.7%포인트 늘어난 4.0%, 잠재적 위험군은 1.7%포인트 증가한 27.6%였다. 이는 성인의 약 2배 수준으로 청소년이 스마트 폰 과의존에 더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체 스마트 폰 이용자의 하루 평균 사용시간은 4.6시간(275분)으로 스마트 폰이 생활 속에 깊숙이 침투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험군은 5.2시간(315분), 잠재적 위험군은 5.0시간(299분)으로 나타났는데, 사용시간으로 볼 때 스마트 폰 중독자들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스마트 폰으로 인한 폐해가 이 정도라면 가정은 물론 사회나 국가 차원에서 대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일례로 미국 뉴저지 주 같은 경우는 보행 중 문자 메시지를 보내려면 가던 길을 멈춰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85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하는 등 법적 제약을 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이동통신사가 보행 중 스마트 폰 사용의 위험성을 알리는 캠페인에 앞장서고 있으며, 보행 중 스마트 폰을 사용할 경우 금지화면이 뜨게 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청소년에게 보급하도록 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한편, 스마트 폰의 등장으로 우리 곁에서 점차 사라지는 물건들이 생겨나고 있다. 우선 시계, MP3, 카메라, 전자사전, 손전등, 지도 등이 스마트 폰의 발전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무서운 현실은 우리들의 기억력이 급속하게 사라지고 있고,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할 필요성도 없어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 폰 보급률은 77.6%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청소년 스마트 폰 보유율도 크게 늘어 초등학교 고학년은 72.3%가, 중·고등학생의 경우 90% 이상이 스마트 폰을 이용하고 있다. 언제나 내 손 안에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스마트 폰은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전통적 공동체가 붕괴한 현대 사회에서 스마트 폰에 대한 과몰입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심신을 쇠약하게 할 지경에 이른 지금에 와서 늦은 감이 있지만 사회적 차원의 해결책 모색이 절실하다고 본다.

우선 청소년들의 스마트 폰 중독 문제 해결을 위해 가정에서 부모의 관심과 지도가 절실할 것으로 보는데, 강압적으로 사용을 제지하기보다는 대화를 통해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많은 전문가가 청소년들의 스마트 폰 중독을 막기 위해서는 스스로 사용을 조절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부에서도 그동안 스마트 미디어 청정학교 지정이나 고위험군 청소년의 중독 치료비 지원 등의 대안을 마련해 왔지만, 아직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는 않아 보인다. 최근 정부는 9개 부처 합동으로 '스마트 폰·인터넷 바른 사용 지원 종합계획(2016∼2018년)'을 수립한 바 있는데, 전시 행정이 아닌 실효성 있는 결과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문철수 한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