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고 신효순·심미선양의 아버지들과 여중생 범대위 홍근수 목사가 의정부지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청구소송에서 승소, 여전히 '진행형'인 이 사망사고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정보공개결과에 따라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그동안 제기돼온 각종 의혹들이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또다른 한편에선 예상치 못한 파장도 점쳐지고 있다.
지금까지 제기돼온 의혹들의 가장 큰 줄기는 장갑차에 탑승했던 미군들의 실질적인 과실여부다.
'기계적 결함인가' 아니면 '조작자의 과실인가'라는 2개의 큰 줄기로 나눠진다.
결과에 따라서는 개인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중대한 의혹들이다.
▲미군과 검찰의 발표=지난 2002년 6월 양주군 광적면 효촌리 앞 지방도로에서 미군 제2사단 공병대 소속 부교 운반용 궤도차량이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여중생 신효순·심미선 양을 치어 숨지게 했다.
미군은 며칠뒤 가진 사고 합동조사결과발표에서 “사고차량의 관제병이 제때 운전병에게 경고할 수 없었다”고만 밝히고 원인은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사건을 수사한 의정부지검은 사고 발생 2달뒤 “여중생 사망사고의 주된 원인은 관제병과 운전병과의 통신장애 때문”이라고 밝혔다.
관제병이 여중생을 발견하고 내부 통신마이크를 통해 운전병에게 정지지시를 했으나 통신장비 잡음으로 운전병이 이를 듣지 못한 것이 사고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제기된 의혹들=그러나 통신장비 등 기계적 결함으로 인한 사고였다는 발표에 대해 의혹이 쏟아졌다.
맑고 화창한 아침에 오른쪽으로 휜 언덕길에서 청색과 빨간 티셔츠를 입고 있는 두소녀를 잇따라 치었다는 사실은 관제병이 앞을 보지 않고 딴짓을 했다는 주장이다.
또 통신장애라는 검찰과 미군의 발표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됐다.
엄청난 소음속에 무수한 총탄이 날아다니는 전쟁중에도 관제병과 운전병의 교신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통신장비가 단순 잡음에 무용지물로 전락, 교신불능이 사고로 이어졌다는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군대에서 훈련전 교신장비를 점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다. 결국 운전병이 규정을 무시한 채 통신헬멧을 벗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밖에 시속 8~16㎞로 주행중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장갑차의 중량과 속도로 인해 여중생들을 잇따라 치었다는 미군 발표도 의혹을 샀다.
이 속도로 주행시 제동거리는 아무리 길어도 1m이상이 되지 않는데도 여중생 한명을 치고 또다른 여중생마저 친 것은 이들이 최소 시속 30~40㎞이상 달렸다는 것이라는 게 시민 사회단체들의 주장이다.
▲예상되는 정보공개 파장은=이번 정보공개대상에는 검찰의 수사기록은 물론 그동안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던 미군수사기록 등이 포함돼 있다. 여기서는 사고경위에 대한 운전병 마크 케이와 관제병 페르난도의 진술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존 미군과 검찰이 발표한 내용 외에 전혀 다른 또다른 내용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은 이미 발표된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예상외의 사실이 튀어 나올 경우 그 내용이 기존 발표의 본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진실을 숨기려 했다는 시민사회단체들의 거센 비판과 반미시위에 부딪힐 수 있어 상당한 파장도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