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초의 원숭이→유인원(類人猿)에서 진화한 게 인간이다. 직립(直立)보행으로 진화했고 이마와 눈썹이 드러나게, 꼭대기 귀가 밑으로 붙게 진화했다. 그런데 그 게 본디로 돌아간 유인원 인류가 등장한다면 어떨까. 태초의 인간 창조주도 기겁을 할 게다. 별난 젊은 군상을 일본에선 '신진루이(新人類)'라고 부르지만 머리카락이 이마와 눈썹까지 뒤덮어 마치 새까만 뚝배기를 뒤집어쓴 듯한 이마 없는 패션이 배우, TV연기자, 가수, 스포츠 선수, 학생, 길거리 젊은이 등 대유행이다. 왜 이마와 눈썹을 없애는가. 이마에 '내 천(川)'자를 썼는지도, 피도 안 말랐는지도 못 보고 이마를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는지도 볼 수 없지 않은가. '이마에 송곳을 박아도 진물 한 점 안 난다'는 속담은 빼고…. 이마빡, 마빡, 이마빼기 등 속어도 있지만 1960년 결성, 전설이 된 영국의 4인조 록그룹 비틀즈(Beatles)의 조지 해리슨, 존 레넌 등 멤버가 모두 이마가 없었지만 왜 또 이마 없는 신인류가 넘쳐나는 건가.
영어의 이마는 forehead, 앞머리(前頭)다. 이마 없이 뒷머리(後頭)만 있는 건 상상도 못 한다. 일본어 역시 이마는 '젠토(前頭)'→앞머리다. 앞쪽 두발이 아니고 두개골 앞면이다. 어쨌든 이마와 눈썹이 훤히 드러나도록 진화한 게 인간이다. 중국에서도 이마는 액(額) 또는 '액두(額頭)' '액문(額門)'으로 이마가 곧 두개골이고 액수를 정하는 '액정(額定)'도 이마 담당이다. 이마에 손을 얹고 축하의 뜻을 표하는 '액하(額賀:어허)'라는 말도 있다. 이마 없이는 축하도 못한다. 관상학에서도 이마의 생김새를 중요시해 '하늘의 뜰(天庭)'이라 하고 '하늘의 창고'로 여긴다. 넓고 잘 생긴 이마가 세상을 움직인다는 말도 있다. 이마를 덮은 앞머리(頭髮) bang은 뜻도 안 좋다. 탕 치다, 쾅 쏘다, 성교하다, 강타, 충격 등.
흉터나 사마귀, 반점이라도 가리기 위해서라면 몰라도 멀쩡한 이마를 왜 가려 없애는가. 젊은층뿐 아니라 대학교수 등 중년층까지도 뚝배기 뒤집어쓴 두상(頭狀)패션이라는 건 더욱 가관이고 역겹고 요즘 여름엔 가슴까지도 답답하다. 가뜩이나 땀에 젖는 이마가 뒤덮인 머리카락 때문에 근질거리지도 않는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