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빈
심재빈 과천소방서장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골든타임'이라는 말은 우리사회 곳곳에서 쓰여지고 있다. 경제 회생, 정부정책 실효성 등 여러 분야에서 골든타임이라는 말이 쓰여지고 있지만 그래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곳은 아마 재난의 초기대응 분야일 것이다. 응급처치법에서의 심정지 환자 골든타임 5분과 '운명의 90초룰'이라는 항공사고 골든타임 등 분야별로 시간만 다를 뿐 각종 사건·사고에는 골든타임이 존재한다.

하지만 주변에서 골든타임이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 살펴보면 아쉬움을 금할 길이 없다. 지난 2015년 전국평균 구급차의 경우 출동 후 5분 이내 도착률은 48%, 소방차는 59%였다. 화재는 5분이 경과되면 연소 확산 속도와 피해면적이 급증하고 심정지 환자는 5분이 지나면 소생률이 급격히 줄기 때문에 소방당국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현실적으로 약 절반은 골든타임을 지키지 못한다.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소방대원들은 출동 시 소음에 가까운 사이렌을 울리고 위험한 줄 알면서도 곡예 운전을 하지만,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하기까지는 여러 장애 요인에 부딪쳐 시간이 지체되기 일쑤다. 꽉 막힌 도로에서 소방차는 사이렌만 울릴 뿐 속도를 못내고, 심지어는 소방차가 지나가도록 다른 차가 양보해 준 자리에까지 끼어들기를 하는 얌체운전자도 있으며, 사고현장 인근에 와서는 골목길 불법 주·정차 등으로 더 이상 진입하지 못한 채 걸어서 현장으로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장애요인들을 없애기 위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각종 캠페인을 통해 계도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직 그 효과는 미미하고, 대형재난이 발생할 때에만 골든타임이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순위의 상위를 차지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시민의식이 성숙해지며 예전에 비해 소방차에 양보운전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내 가족이 아픈 게 아니니까', '우리집에 불난 게 아니니까' 같은 개인적인 이유로 '길을 비켜달라고 아우성'인 소방차의 사이렌을 단순히 시끄럽기만 한 소음으로 치부해 버리지는 않고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소방차와 같은 긴급차량에, 스스로 양보를 해주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때이다. 소방대원들은 출동 중 크게 사이렌을 울리고, 교차로에서는 경적을 울리며, 때로는 안내방송까지 하며, 빨리 가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게 해달라고 아우성을 친다. 하지만 도로 위 운전자들의 양보와 이해가 없다면 그건 단지 '소리없는 아우성'에 불과할 것이다. 소방차에게 5분의 골든타임을 돌려주는 방법은 간단하다. 운전 중 소방차에는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자. 조금 늦더라도 5분만 양보하면 된다. 재난현장에서 1분 1초는 생명을 좌우하는 시간이다. 골든타임, 말 그대로 황금과 같이 소중한 시간을 지키기 위해 우리 모두 소방관들의 '소리없는 아우성'이 '골든타임 확보'라는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길 기대해 본다.

/심재빈 과천소방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