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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우리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을 오르다 보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가 눈부시게 하얀 수피로 은세계를 만드는 자작나무이다. 마치 순백의 동화의 나라로 들어온 것처럼 감동적이고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장관이다. 많은 사람이 자작나무 하면 영화 '닥터 지바고'속에 '라라의 테마' 음악이 흐르는 광활한 시베리아벌판의 자작나무숲을 떠올릴 것이다. 하늘을 찌를 듯이 줄지어 서서 눈처럼 새하얀 수피와 싱그러운 초록잎을 자랑하는 자작나무의 자태는 사계절 내내 아름답다. 봄, 여름의 푸른 숲에서, 황금색 단풍 옷을 갈아입은 가을에는 하얀 수피가 한층 더 도드라지며 겨울엔 흰 눈과 어우러져 고고하고 품격이 돋보인다. 그래서 자작나무를 숲의 귀족이요 나무들의 여왕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한대지방을 대표하는 나무인 자작나무는 북한이 남방한계선에 해당하며 우리나라에 있는 자작나무숲은 강원도 인제 원대리의 숲처럼 인공적으로 심어 조성한 것이다. 자작나무는 자작나무과에 속하는 넓은 잎 큰키나무로 높이 20m까지 자라며, 꽃은 4월에 피는데 암꽃은 위를 향하고 수꽃은 이삭처럼 아래로 늘어진다. 잎은 둥그스름한 삼각형 모양이며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자작나무의 이름은 껍질을 태울 때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며, 한자로는 화(樺)로 쓴다. 자작나무 껍질은 기름기가 많아 불이 잘 붙고 오래가므로 호롱불로 살던 시대에는 불을 밝히는 재료로 많이 사용했다. 결혼하는 것을 화촉을 밝힌다고 하는데 화촉의 '화'가 바로 자작나무를 가리키는 것이다.

얇은 종이를 여러 겹 붙여 놓은 것 같은 자작나무의 속껍질은 매끄럽게 한 겹씩 잘 벗겨지므로 종이를 대신해 그림을 그리거나 불경을 새기는 데 사용되어 왔다. 특히 여기에는 큐틴이라는 성분이 다른 나무보다 많이 들어 있어 잘 썩지도 않으며 벌레, 곰팡이와 습기에도 매우 강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보존이 가능하다. 국보 제207호 경주 천마총에서 발견된 천마도는 말의 안장 양쪽에 달아 늘어뜨리는 말다래에 그려진 그림인데, 자작나무 껍질을 여러 번 겹쳐 누빈 후 가장자리에 가죽을 대어 만든 것으로 가장 중앙부에 비천하는 백마를 그려 넣은 것이다. 경주 금관총에서 발굴된 금관도 머리에 닿는 안쪽에 자작나무의 껍질이 덧대어져 있다. 고대 우리나라에서 사용한 활인 단궁의 궁배를 감는데도 지팡이나 각종 연장의 손잡이를 감싸는 데도 이 껍질을 사용했다. 껍질을 태운 숯으로는 그림을 그리거나 가죽을 염색했다. 그래서 옛날에 그림도구나 물감 염료 등을 파는 가게를 '화피전'이라고 불렀다. 북부지방의 너와집은 지붕에 자작나무 껍질을 덮고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돌로 눌러 놓기도 했다.

자작나무는 목재로서의 쓰임새도 다양하다. 박달나무와 사촌지간이라 조직이 매우 치밀하며 단단하고 색상도 황백색으로 깨끗해 가구를 만들거나 조각재로 많이 쓰여 왔다. 북유럽에서는 잎이 달린 자작나무 가지를 다발로 묶어서 사우나를 할 때 혈액순환을 위해 온몸을 두드리는 데 사용하고 있다.

자작나무는 고로쇠나무나 거제수나무처럼 곡우 즈음에 수액을 채취해 먹는다. 사포닌성분이 많아 약간 쌉쌀한 맛이 나는 자작나무 수액은 각종 미네랄이 풍부해 건강음료로 인기가 높다. 한방에서는 수피를 백화피라 하여 해열과 해독에 약재로 사용한다.

/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