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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오현(1932~)

강물도 없는 강물 흘러가게 해 놓고
강물도 없는 강물 범람하게 해 놓고
강물도 없는 강물에 떠내려가는 뗏목다리

 

조오현(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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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일상적 언어로 말하는 것 보다, 말해진 것이 많으며, 말해진 것 보다, 말할 수 있는 것이 더 많다. 우주적 관점에서 본다면 이성적 언어로는 해독하기 어려운 것들로 가득 차 있다는 측면에서 '이미 말해 온 것'보다 '아직 말하지 못한 것'들이 무수하다. 그렇다고 사물의 본질은 문자로 정리되고 언어로 말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깨달음의 세계는 말로 전할 수 없다"라는 '불립문자(不立文字)'의 경우와 같이 무자화(無字話)는 이미―없는 것을, 지금―있는 것으로 알고 호명하는 것과 같다. 당신은 태어날 때부터 스스로의 이름을 짓고 살아가고 있는가? 이름은 문자에 불과하고, 나라는 이름의 문자는 제도 속에서 편철된 것이라고 한다면, 당신이라는 실체와 고유한 삶도 없다. "강물도 없는 강물" 위에서 삶과 죽음이라는 '뗏목다리'를 타고, 우리도 모르게 '강물에 떠내려가는' 행방을 알 수 없는 오늘이 그렇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