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응시자 54명중 47명이 대학에 합격하는 등 최근 2~3년 사이 학생·교사·학부모·지역사회가 똘똘뭉쳐 노력한 결과 놀라운 발전을 이룬 화성시 송산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18일 오후 수업을 하고 있다./김종택·jongtaek@kyeongin.com
'촌동네 시골학교의 반란이 시작됐다'.

신입생은 매년 줄고 우수학생은 인근 대도시로 빠져나가 교실이 텅텅 비어가던 한 시골 고등학교가 2005년 대학입시에서 85%라는 엄청난 대학진학률을 기록, 경기 교육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대부도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화성시 송산면 사강리 송산 고등학교.
 
개교 43년째인 이 학교는 3개 학년을 모두 합쳐봐야 9개학급 218명이 전부인 초소형 고교다. 더욱이 지난해는 입학생이 47명에 그쳐 2개 학급도 채우지 못하는 등 존폐 위기까지 몰렸다.
 
학생들도 대부분 부모가 형편이 넉넉지 못한 농부이거나 어민이어서 변변한 학원수강은 받을 수도 없는데다 학원을 가고싶어도 1시간 이상 버스를 타고 화성시내나 인근 수원까지 가야돼 과외수업은 불가능했다.
 
명문고의 잣대가 되는 대학진학률은 떨어져 갔고 학생들의 도시유출은 심화돼갔다.
 
그러나 40년이 넘은 마을의 대표 학교가 문을 닫게해서는 안된다는 주민들과 학생, 교사들의 마음이 하나로 뭉쳐 '명문고 만들기'에 돌입하면서 사정은 180도로 바뀌었다.
 
22명의 교사들은 자신들이 맡은 과목별로 학생들의 성적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학생들에게 적용시켜 나갔다.
 
영어교사들은 직접 인터넷과 서점들을 돌아다니며 실제 미국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를 재구성, 개별 학습 교재를 만들었고 영어 듣기 능력 향상을 위해 점심시간을 쪼개 영어 듣기 테이프를 상시적으로 틀어놨다.
 
국사과목 교사들은 간도 영유권, 독도 문제 등 시사성이 있는 문제와 교과 내용을 접목시켜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교육적인 효과까지 볼 수 있도록 해나갔다.
 
학부모인 지역 주민들도 이런 노력에 동참했다. 방학기간중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역사의 현장 등을 찾아가 공부하는 사제동행 프로그램운용을 위해 지역주민들이 십시일반 성금까지 걷는 등 명문고 만들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 결과물로 올해 대입 응시생 54명중 서울대 2명을 포함 연세대, 이화여대, 외국어대 등 수도권 대학에 47명(85%)이 진학, 대학 진학률이 화성시지역 전체에서는 물론 경기도 전체 인문계 고교에서도 최상위권을 기록하는 쾌거를 이뤘다.
 
“어제의 꼴찌가 오늘의 일등이 될 수 있다는 걸 우리 아이들이 증명한 거죠. 참 자랑스럽습니다.”
 
이호태 교감은 열심히 따라준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말로 지금까지 일궈낸 성과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이 교감은 또 “학교의 좋고 나쁨을 꼭 대학진학률로 따질 수는 없지만 자칫 학생수 감소와 학력저하로 사라질뻔한 학교를 학생과 교사, 주민들이 함께 살려냈다는 점에서 우리학교는 명문고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