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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준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정부는 박물관 등을 짓는 사업을 추진할 때 흔히 지자체 대상 '공모'를 한다. 공모를 하면 우선 해당 사업을 전국에 선전하는 데 효과적이다. 공모 과정에서 지자체가 제공하는 각종 혜택도 얻을 수 있다. 예산 절감 등 사업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잃을 게 없다.

지방자치단체는 정부와 똑같지 않다. 지자체는 '여럿 중에 하나'만 결정되는 공모사업 특성상,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지자체는 탈락할 경우 무의미할 수 있는 행정력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본질은 사라진 채 유치를 위한 경쟁과 갈등, 상처만 남는다.

지자체는 일관성 없는 정부 공모사업으로 혼란에 빠지기도 한다. 국립한국문학관 입지 선정을 위한 공모를 진행했던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지자체 과당 경쟁'을 이유로 공모 자체를 백지화했다. 문광부는 애초 '경쟁유발 행위를 할 경우, 선정에 페널티가 부여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광부는 이런 가이드라인을 스스로 무시하고 20개가 넘는 지자체가 응모한 사업을 한순간에 중단시켜버렸다. 지자체는 응모를 위해 예산을 들여 용역을 했다. 전문가를 초빙해 논의하고, 밤을 지새우면서 신청서류를 만들어 정부에 제출했다. 이 신청서는 정부의 중단 발표로 의미 없는 종잇장이 됐다. 2007년 로봇랜드 조성사업 공모를 진행하던 당시 산업자원부는 깊이 있는 심사가 필요하다며 결과 발표 일정을 미뤘다. 애초 1곳만 선정하겠다고 했지만, 계획을 바꿔 2곳을 선정했다.

어떤 사업이 공모사업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정부 기준은 없다. 1천억 원 규모의 한국철도박물관 사업은 입지 결정이 공모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비슷한 사업비가 투입되는 국립항공박물관은 정부 자체적으로 입지를 결정했다.

명확한 기준 없이 추진되는 현재의 정부 공모사업은 지자체 과열 경쟁과 갈등 등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정부와 지자체 간 '갑을(甲乙) 관계'만 더욱 고착화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부는 언제까지 칼자루를 쥔 채 시혜를 베푸는 듯한 모습으로 지자체를 상대할 것인가. 중앙정부부터 바뀌어야 한다.

/이현준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