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사퇴서를 제출하고 송별식까지 했던 김명수 수원시의회 의장이 기사회생, 계속 시의회를 이끌게 됐다. 의장에 대한 불신임 서명운동을 벌였던 동료 의원 가운데 상당수가 마음을 돌려 투표결과 사퇴서가 부결됐기 때문이다.

사퇴 파문이 아니더라도 수원시의회는 지금 개원 이래 최대 위기다.

지난 17일 부의장이 환경미화원 선발에 관여하고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의원 몇몇은 직위를 이용해 자신들의 사업에 특혜를 받은 의혹까지 불거졌다. 의장도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선거구민에게 주류 선물을 돌린 혐의로 선관위에 의해 고발돼 경찰이 조사중이다. 앞서 7대 전반기 의장은 지난해 4월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영화동 어린이공원 예산 삭감으로 촉발된 일부 의원-집행부간 갈등은 동료의원간 폭로전으로 번져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남겼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이 와중에 김 의장은 몇몇 의원이 주동한 의장 불신임 서명운동에 30여명의 의원들이 참여하자 22일 사퇴서를 냈다. 그러나 23일 열린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서명에 참여한 30여명의 의원들 가운데 절반 가량이 비밀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져 (출석의원 35명 중 반대 18명) 의장사퇴서가 반려됐다.

22일 저녁 비서진들과 송별식까지 한 김 의장은 뜻하지 않은 재신임에 놀라면서도 의장직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이번 투표가 재신임을 묻는 결과가 돼 앞으로 의정활동에 힘을 얻게된 셈이다.

하지만 김 의장과 시의회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풀어야 할 난제도 많다.

의장 불신임 서명운동을 주동했던 일부 의원들을 포함, 이번 투표에서 사퇴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이 17명이나 된다. 김 의장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들 의원과의 화합에 실패, 의회 구도가 친 의장파-반 의장파로 갈릴 경우 자칫 더 큰 갈등을 부를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 의원들에 대한 사정기관의 조사(또는 수사)도 변수다. 조사 결과 이런저런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지는 최악의 상황이 될 경우 이는 곧 시의회 전체의 동반몰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시의회에 비판적 입장인 수원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서는 등 직·간접 압박을 가하고 있다.

김 의장과 김용서 시장과의 관계도 중요한 요소다. 역시 시의장 출신으로 의회내에 우호적인 의원이 많은 김 시장의 협조가 담보되지 않을 경우 김 의장의 앞날은 지금까지와 별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 의장과 각을 세우고 있는 의원들 상당수는 김 시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투표에 참가한 모 의원은 “시의회가 이런 저런 구설에 휘말리고 내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비쳐져 시민들에게 죄송하다”며 “서로 화합하고 힘을 모아 시의회의 위상을 재정립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시의회가 살기 위해서는 먼저 뼈아픈 자성과 함께 갈등고리를 끊어야 하고, 그러려면 김 의장은 물론 모든 의원들이 함께 가야만 한다는 주문이 읽혀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