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품은 건강식으로
세계에서 인정 받고 있어
영양과 기능성 강조하고
고급화 전략 추구한다면
영국시장은 농식품 수출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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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최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로 인해 세계경제가 휘청거렸다. EU에 잔류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영국국민들이 탈퇴를 선택하자 세계 증시가 급락하고 환율이 요동쳤다. 다행히 경제적 혼란은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으나 다른 부문에 미칠 후폭풍은 남아 있다. 재투표를 하자는 청원 서명이 400만명을 넘어서고 대규모 집회가 이어지는 등 브렉시트 결정에 반발하는 영국국민도 매우 많다. 무엇보다 국민투표를 통해 드러난 영국 내 세대갈등 봉합이 심각한 과제이다. 브렉시트를 반대한 영국 청년들은 "해외에서 일할 기회를 기성세대들이 빼앗았다"고 주장한다. 기성세대의 잘못된 결정에 대해 청년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것이다. 정치인의 잘못된 판단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혼란과 갈등을 유발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브렉시트 이후 경제적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심화, 달러화 강세로 국제 곡물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식품 가격 인상, 사료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농가 부담 가중이 우려된다. 유로화 약세로 유럽산 낙농·축산물 수입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탈퇴협상에 2년 가까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에는 큰 피해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EU는 우리에게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수입규모가 큰 상대국이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도 5년째가 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EU로부터 약 38억 달러의 농축산물을 수입했고, 4억5천만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이 가운데 영국과의 교역규모는 수입 3억3천만 달러, 수출 3천700만달러 수준으로 비중이 EU 전체의 약 10% 정도다. 전체 농축산물 수출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으나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면 우리 농식품 수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수출농가와 농식품업계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하도록 정부와 유관기관, 현장농가와 농식품업체가 예의주시하면서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영국을 비롯한 EU 회원국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교역규모도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고 식품박람회, 대형유통업체와 연계한 판촉행사 개최 등 농식품 수출확대 노력도 지속적으로 기울여왔다. 한-EU FTA 발효 당시 많은 우려를 했으나 농업 분야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나름대로 유럽시장과의 교역을 늘려왔다는 평가다. 앞으로 한-EU FTA에서 영국이 제외되면 영국과는 개별 FTA 협상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영국의 EU 탈퇴로 영국 농업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EU가 농업 부문에 많은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앞으로 영국은 혜택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영국 내 식품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므로 영국 수출전략도 재점검해야 한다.

영국은 지난 3월 "2018년부터 설탕세를 도입한다"고 발표해 큰 화제를 모았다. 늘어나는 비만인구를 줄이기 위해 설탕이 함유된 음료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영국이 식품과 건강문제에 국가적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한국식품은 세계적으로 건강식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식품의 영양과 건강 기능성을 강조하고 고급화 전략을 추구한다면 영국 시장은 우리 농식품 수출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브렉시트 사태를 지켜보면서 미래예측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점과 세계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영국의 브렉시트로 인해 다른 유럽 국가들의 추가 탈퇴 논란이 이어지고, 저마다 보호무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중국 등 주요국가들도 국제적 공조보다는 자국 경제불안 최소화를 우선하고 있다. 일방적 세계화도 경계해야 하겠지만 무조건적인 지역화도 경계해야 한다. 급변하는 국제정세가 우리 농업계에 미칠 영향은 누구도 섣불리 장담할 수 없다. '강 건너 불구경'하던 시대는 지났다. 글로벌 시대에는 끊임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개별국가들의 움직임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급변하는 세계 시장의 흐름을 보면서 우리 스스로의 대응력을 길러 나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인식한다.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