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기피시설인 하수종말처리장에서 골프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셨나요.

빠르면 내달부터 수원시하수처리장(화성시 태안읍 송산리)내 9홀짜리 퍼블릭 골프장에서 멋진 모습으로 샷을 날리는 수원시민들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처리장내 체육시설 공사가 마침내 끝나 시민들에게 활짝 문을 열게 된 것이지요.

이 코스는 9홀 모두가 파3으로 연습장 수준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피칭연습장 목적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이곳은 시내에서 가깝다는 이점과 저렴한 이용료(1일 1만5천원 예정)라는 강한 흡인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축구·농구·게이트볼장 등 다양한 체육시설과 럭셔리한 부대시설도 자랑거리구요. 잘만하면 기피·혐오시설에 대한 인식을 확 바꿀 수 있는 수원의 명물이 될 만 합니다.

이 골프장이 들어서기 까지는 우여곡절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처음 이 아이디어를 낸 것은 김용서 시장이었습니다. 약간은 의외지요. 김 시장은 취임 3개월여 되는 2002년 9월께 실무진에게 골프장 계획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혐오시설인 관계로 증설되는 처리시설이 지하에 묻히는 것에 착안해 지상 부지를 활용하자는 것이었지요. 당시 실무진은 부지가 화성시 관할인데다 골프에 대한 안좋은 시각 등을 우려, 반대의견을 냈습니다.

김 시장의 의지는 단호했습니다. 골프가 대중화된 데다 각종 체육시설을 함께 만들어 시민들에게 개방할 경우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직원들을 설득했지요. 그러면서 관할 관청인 화성시에 대해서는 '시장(우호태 전 시장)이 학교(수원고) 후배 아니냐'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김 시장의 기대는 보기좋게 빗나갔습니다. 우 전 시장이 '우리 땅에는 절대 안된다'며 딴죽을 걸고 나선 것이지요. 이후 김 시장과 우 전 시장이 한때 서먹한 사이였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요.

화성시와 인근 주민들, 환경시민단체들의 겹치기 반발에 발목이 잡힌 시는 반대여론을 설득하면서 체육시설 공사를 강행하는 강·온 작전을 병행했습니다. 김 시장은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는 병점에서 쏟아져나오는 하수용량을 감당 못하게 될 화성시가 오히려 애원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예상은 보기좋게 맞아 떨어졌습니다. 결국 지난해 수원시가 이익금의 10%를 화성시민들에게 되돌려주는 것을 주내용으로 양 시가 협약서에 사인했습니다만 이는 화성시의 항복인 셈이지요.

수원시는 이달중에 체육시설업등록을 마치고 민간위탁사업자를 정해 시설물을 넘긴 뒤 환경부의 승인을 받아 내달부터 운영한다는 로드맵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제 30여일만 참으면 수원시민들은 누구나 절차에 따라 정해진 이용료만 부담하면 이곳의 다양한 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참, 들리는 얘기로는 관내에 있는 공군비행단에서 비행 안전상의 이런 저런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야간 개장을 반대하고 있다지요. 만약 부대 생각대로 저녁 6시 이후에는 이용할 수 없는 반쪽 짜리 시설로 전락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비행장 때문에 못 살겠다'며 이전요구가 빗발치는 판에 시민 여론이 더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홍정표(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