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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이라는 말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현행 국회법 146조는 '국회의원은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서 다른 사람을 모욕하거나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대한 발언을 할 수 없다', 147조는 '국회의원은 폭력을 행사하거나 회의중 함부로 발언 또는 소란한 행위를 하여 다른 사람의 발언을 방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동법 155조에 따라 윤리특별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그 의결로 징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막말로 문제가 된 의원은 73명. 그러나 윤리특위에서 징계된 의원은 단 한명도 없었다. 있으나 마나 한 법이기 때문이다.

영어에 'lipstick on a pig' 란 표현이 있다. 직역하면 "돼지 입에 립스틱"으로 형편 없는 것을 좋게 보이게 하려고 위장하는 것을 가르키는 말이다. 우리 식으로 한다면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안된다' 일 것이다. 국회법 146·147조는 국회를 돋보이게 하려는 그런 유명무실 법이다.

예상은 했지만 정말 이럴 줄 몰랐다. 20대 국회말이다. 여소야대 국회의 숙명을 안고 출발한 20대 국회는 사실 19대 국회보다 더 나쁜 구조에서 출발했다. 양당체제에서도 협치를 못하고 합의를 못하는데, 당 하나가 더 생겼으니 3당이 합의 하기란 애초부터 힘들었던 형국이었다. 그러나 대부분 국민들은 20대 국회가 역대 최악의 국회가 될거라는 얘기가 솔솔 나올 때 코웃음을 쳤다. 아무리 최악이라해도 19대 국회만 하겠냐는 것이다. 19대 국회가 말도 안되는, 너무도 형편 없었던, 우리 정치사에 다시는 보기 어려운 최악의 국회였기 때문이다. 기본만 해도 19대 국회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국민들은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연 20대 국회가 영 말이 아니다.

서영교 의원 파문, 조응천 발언파문, 국민의당의 리베이트 파문은 그렇다고 치자. 20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에서 의원간의 고성과 반말이 오가다가 결국 정회까지 가는 파행 사태가 일어났다.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20대 첫 임시국회 초반부터 '막말 국회'가 되풀이된 데 대해 국민이 받은 충격은 꽤 크다.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그날 종편에 출연한 전직 국회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착하게 정책질의만 하면 다음날 기사가 안 되거든요."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절대 될 수 없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