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과 안양시민을 흥분시킨 주인공은 바로 프로농구 안양SBS의 '단테 존스'. 안양SBS는 존스 영입 이후 지난달 27일 경기까지 11연승을 내달렸다.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연승행진을 지켜보는 안양 농구팬들은 물론 프로농구에 별 관심이 없던 평범한 안양시민들까지 이제는 집과 일터에서, 학교와 술자리에서 '단테 존스'를 얘기할 정도다.
또 안양지역 거리 곳곳에는 '대한민국 농구 1번지, 안양', '안양시민의 자존심을 지킨다'라는 내용의 현수막들이 걸려 있어 마치 시 전체가 축제장을 연상케 하고 있다.
“요즘 술자리에서 안주거리는 단테 존스, 그리고 농구뿐이죠”라고 말한 김세윤(43·안양 평촌)씨는 “경제가 어려워 허탈감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농구를 보며 신명을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단테 존스의 시원한 덩크슛과 절묘한 3점슛은 오랜 불황으로 팍팍해진 삶에 청량제 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지난해 LG프로축구단의 연고지 이전으로 상실감과 허탈감에 빠진 안양시민들의 마음을 한꺼번에 해소해주고 있다.
1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부산KTF와의 경기에는 평소 농구에 무관심했던 시민들까지 몰리면서 경기시작 2시간전부터 주변 지역에 교통이 막혔고, 수백명의 팬은 표가 없어 돌아갔다.
정원보다 1천여명을 더 들여보내는 데도 2월 한달간 홈게임이 열리는 날은 늘 이랬다.
쉬는 날이라 남자친구와 함께 경기를 보러온 신혜민(33·회사원)씨는 “원래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편이었지만 워낙 잘하다보니 관심을 갖게 됐는데, 점점 농구의 매력에 빠지는 것 같다”며 “남자친구와 함께 서포터스 '파워 스타즈'에 가입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대학생 강주은(27·여)씨는 “요즘 안양시민들 보면 꼭 지난 2002년 월드컵 때와 같은 표정이라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조금만 잘되면 서울로 연고를 옮기던 '관행'을 되풀이할까봐 걱정되기도 한다”면서 혹시나 하는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안양시민들의 뜨거운 열정은 이날 역대 팀 최다 관중(6천625명)을 기록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그리고 단테 존스를 앞세운 안양SBS는 부산KTF를 93대 88로 누르고 프로농구 최다인 12연승 신기록을 달성, 안양시민들의 성원에 화답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신중대 안양시장은 “지난해 LG축구단이 안양을 떠나면서 시민들의 허탈감이 컸는데 단테 존스라는 걸출한 선수를 앞세운 SBS농구팀의 연승행진으로 완전히 씻어버렸다”며 “마치 월드컵때처럼 농구가 단순히 스포츠의 차원을 넘어 시민들을 하나로 묶고 애향심까지 이끌어내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재준·이성호·이유리·starsk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