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복싱 경량급의 간판 신종훈(27·인천시청)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는데 실패했다.

신종훈은 지난 9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베네수엘라의 바르가스에서 열린 국제복싱협회(AIBA) 주관 2016 APB(AIBA 프로 복싱)/WSB(월드시리즈복싱) 대회 3~4위전에서 레안드로 플랑크(아르헨티나)에게 0-3 판정패했다.

이번 대회에서 신종훈이 속한 체급에는 올림픽 티켓 3장이 걸려 있다. 전날 준결승에서 패하며 직행 티켓을 놓친 신종훈에게는 3~4위전이 마지막 기회였다. 하지만 신종훈은 객관적인 기량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됐던 플랑크에게 패하며 2회 연속 올림픽 진출에 실패했다.

또한, 마지막 희망이었던 신종훈마저 무너지며 한국 복싱은 8월 열리는 리우 올림픽에 전원 낙마했다. 한국 복싱은 1948년 첫 올림픽 참가 이후 동서냉전으로 불참한 1980년 모스크바 대회를 제외하고 68년 만에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신종훈에겐 급격한 감량이 독이 되어 돌아왔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신종훈은 AIBA가 복싱의 인기 부활을 노리고 추진한 프로리그인 APB 계약을 어기고 전국체전에 출전했다는 이유로 2014년 말 1년6개월의 선수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징계는 지난 4월로 만료됐지만,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르지 않아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신종훈은 지난 3월 중국 첸안에서 열린 올림픽 지역 예선과 지난 달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패자부활전에 모두 출전하지 못했다.

경량급 선수 부족을 이유로 AIBA가 이번 대회 개체량을 3일 앞두고 출전을 허락하면서 극적으로 기회를 잡았지만, 당시 신종훈은 한계 체중에 3.5㎏을 초과하는 상황이었다. 하루 만에 2.9㎏ 감량에 성공하는 등 3일 만에 49㎏급 계체량을 통과한 신종훈은 이번 대회 1회전(8강)에서 승리를 거두는 저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2014 아시안게임 이후 첫 국제대회였던 이번 대회에서 실전 감각 저하와 살인적인 감량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했다.

인천지역 복싱 관계자는 "계체량 통과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며, 1회전 승리로 신종훈의 올림픽 출전에 대한 의지와 평소 기량을 엿볼 수 있었던 대회였다"면서 "앞으로는 '비운의 복서'라는 타이틀을 떼고 본인의 기량을 떨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