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대 이후, 국악이 어쩌면 '허세'인지 모른다. 자신이 국악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더라도, 무릇 음악인이라면 국악을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는 심리가 있다. 클래식과 현대음악, 재즈와 월드뮤직을 한다는 음악인들이, 국악을 소재로 해서 쓴 작품은 꽤 많다. 그러나 양과 질은 결코 비례하지 못했다.
신현필이라는 재즈 색소포니스트가 있다. 그를 재즈에 국한할 수 없다. 그간 경험하고, 지금 지향하는 음악이 재즈라고 할 순 없기에 그렇다. 지난해 '대중음악인을 위한 국악작곡 아카데미'(국립국악원)를 통해 작품을 발표했다. 발표된 곡 중에서 신현필의 곡은 유일하게 피아노를 사용하지 않았다. 피아노만큼 만만한(?) 악기가 또 어디있으랴? 이 악기 하나로 재즈적 화성을 모두 커버할 수 있지 않은가?
그의 작품은 또한 국악연주가들이 땀을 삐질 흘리면서 연주하게 만들었다. 국악적인 곡이 아니라서 그랬을까? 그 반대다. 국악적 리듬(2분박과 3분박)을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신선하게 접근했다. 비유컨대, 2차방정식을 잘 푸는 학생에게 이제 3차방정식의 문제를 내 준 셈이랄까?
"국악은 어떻게 월드뮤직이 될 수 있을까?" 나와 같은 사람들에겐 평생의 숙제다. 나는 월드뮤직을 이리 정의한다. "지역음악의 특수성과 세계음악의 보편성이 잘 융합된 음악이다." 국악연주자와 타 분야 음악인들이 만날수록, 특수성과 보편성이 조화로울 수 있다. 신현필에게서 그런 씨앗을 발견한다.
'Hauzikhas Connection'이란 음반에는 '한오백년'이 실렸다. 그가 프로듀서를 하고, 색소폰으로 연주했다. 인도음악가와 함께 작업을 했다. 사랑기(인도현악기)와 타블라(인도 타악기)가 등장한다. 재즈를 전공한 이들이, 자국의 민속음악을 이용해서, 월드뮤직을 지향하고 있다.
국악이 월드뮤직이 되기 위해선, 어떠 해야 하나? 장르적 '허세'를 넘어선, 작품적 '전력'이 요구된다. 신현필과 같은 젊은 음악가들에게, 한국적 월드뮤직의 내일을 기대해본다. 신현필은 그 유명한 버클리음대 출신이다. 한국유학생이 많기로 유명하다.
버클리음대출신의 한국음악가들이 재즈에만 국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학교 출신의 교수가 많은 한국의 대학에서, '실용음악=재즈'라는 등호관계도 없어졌으면 좋겠다. 실용음악과가 참으로 많은 대한민국에서, 이제부터 다양한 한국음악을 만들어내는 전초적 기지가 되길 바란다.
여우락(여기 우리음악이 있다) 페스티벌 개막공연(2016. 7. 8.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신현필의 색소폰은 당당했다. 이생강(대금)과 신관웅(피아노)과 함께 연주하는 신현필의 색소폰에서, 한국적 월드뮤직의 가능성을 본다. 두 거장에 대한 한없는 존경심과 함께, 익숙해진 오래된 음악에, 신선하게 '젊은 피'가 수혈되고 있었다. 그가 그동안 한국음악에 대한 이해를 깊게 했기에 저런 연주가 가능했을 거다. 신현필을 통해서 '국악 × 재즈 = 월드뮤직'이란 등식이 현실화 될 날을 기대한다.
/윤중강 평론가·연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