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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석 국회의원(더민주·인천 남동을)
지난 5월 28일 오후 5시 55분 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 승강장에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열아홉살 청년 김모군은 고장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진입하는 전동차를 피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6월 23일 오후3시,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한 빌라 3층 외벽에 설치한 에어컨 실외기 앵글이 무너지면서 현장에서 작업하던 진씨가 추락했고, 병원으로 이송되어 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숨졌다.

한 생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도 충분히 마음 아픈 일이지만, 이 두 사람의 죽음이 더 안타까운 것은 이들이 외주업체의 직원들이었다는 점이다.

효율과 실적이 중요한 외주업체의 직원들이었던 이들은 그들의 몸을 지켜낼 최소한의 안전장비조차 없이 업무현장에 투입되었다. 그리고 위험한 작업장에서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한 채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다.

사실 외주업체 직원들의 위험한 작업환경, 그리고 더 나아가 외주화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 6월 1일 남양주 지하철 붕괴사고, 2015년 3월 한화케미칼 폭발사고, 2014년 12월 신고리원전 3호기 건설현장 가스 누출 사고, 2013년 5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가스누출 사고, 2011년 12월 코레일테크 직원 열차 충돌사고로 발생한 사상자는 모두 하청업체 직원들이었다.

이처럼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하청업체 직원들의 안전사고는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그때마다 누구 한명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오로지 책임을 묻는 사람만 있었다.

그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성난 민심이 일어도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의 일회성 대책만 난무했다. 생명과 안전보다 비용과 효율을 중시해온 시스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외주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려고 하지 않았다. 비용과 효율의 논리에 매몰되어 경시되고 있는 인명과 안전의 위상을 다시 정립해보자고 하면 다시 비용과 효율의 잣대를 들이댔다.

이는 공공의 역할을 하는 공공기관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철도공사가 매년 관리해야 할 철도 시설물 정비물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시설물 정비 담당 인력은 감소하고 있으며 외주화 비율은 점점 증가하여 현재 정비인력 5명 중 1명은 외주 인력이다.

한국도로공사의 재원 중 36.5%를 차지하는 고속도로 영업소는 이미 100% 외주용역으로 운영되고 있고, 한국공항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14개 공항의 보안검색직원은 100%외주 인력이며, 이 중 40.9%가 2년 미만의 미숙련 인력이다. 이와 같은 문제를 지난 6월 29일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제기하고 직접고용 등 대책마련을 요구하였지만, 이에 대한 각 기관장의 답변은 매우 소극적이었다.

물론 기획재정부나 국토교통부 등 정부 방침에 따라 운영하는 공공기관의 입장에서 외주화에 대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정부는 '공공기관 정상화, 공공기관 효율화'를 목적으로 공공기관에 '부채감축, 경영합리화'를 요구하고 있고, 공공기관은 이에 따라 전략·기획·관리 등 소위 '핵심업무'라 불리는 업무를 제외한 대부분을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업무가 제외된 업무를 '핵심업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물론 이 의문에 대한 나의 답은 '아니오'다. 그리고 모든 국민도 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우리 국민이 공공기관에 기대하는 것은 '이윤 극대화'가 아니다. 시장에서 소수에 의해 독점되어서는 안 되는 상품과 서비스를 모두에게 고루 제공하는 것을 기대한다.

그리고 그 기대 중에 가장 큰 것이 바로 '안전'이다.

공공성을 중시하는 공공기관이 외주화를 줄이고 근로자와 국민 모두의 안전에 앞장서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의 방침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안전이다.

"사람을 위해 돈이 필요한데, 이 사회는 돈을 위해 사람이 필요하다."

/윤관석 국회의원(더민주·인천 남동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