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음악 알리기에 평생을 바친 이봉옥 선생님이 14일 시흥시 정왕초등학교 음악실에서 학생들에게 우리전통 음의 높낮이를 가르치고 있다./김종택·jongtaek@kyeongin.com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이 극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민요가 중국 초등학생들이 보는 음악교과서에 실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화제다. 특히 우리 민요의 중국 교과서 채택은 한 초등학교 음악교사의 집념어린 노력이 맺은 결실이어서 민간외교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다.

화제의 주인공은 시흥 정왕초등학교 이봉옥(62·여) 교사.

이 교사에 따르면 우리 민요 '아리랑', '도라지', 그리고 옌볜 조선족 민가인 '사흑아(思黑●·검은 사랑의 노래)'가 지난 9월 학기부터 중국 초등학교 5학년용 음악교과서에 실렸다.

중국에는 국정교과서만 있기 때문에 중국내 모든 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들이 음악시간을 통해 우리나라의 민요를 부르게 된 셈이다.

까다로운 중국의 교과서 편찬위원회가 우리 민요를 교과서에 싣기까지는 이 교사의 숨은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우리 음악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던 이 교사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악보인 정간보(井間譜·세종대왕이 창안)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음의 높낮이를 표현하는 중국식 율자(律字)를 알게되면서 중국쪽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난 2000년 이 교사는 중국 초등학교 음악교과서를 모두 구해 분석을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의 음악교과서는 우리 학생들의 교과서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었다.

“충격적이었죠. 중국의 교과서는 엉망이었습니다. 중국고유의 색채는 온데간데 없고 모두 서양식이었어요.”

이 때부터 이 교사는 중국의 음악교과서 편찬위원 앞으로 기약없는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어차피 한국이나 중국음악은 같은 뿌리를 가진 음악인데 교과서에 그런 동양의 향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으니 바로잡아달라”는 요지의 글이었다.

'지성이면 감천일까'. 음악교과서 편찬위원인 후난성(湖南省) 교육과학연구원 소속 이민(李泯)선생이 이 교사에게 답장을 썼고 이후 3년동안 동양음악을 매개체로 한 '국경없는 우정'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 결실은 중국 교과서의 우리 민요 채택이라는 역사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이 교사는 “지난해 '우리와 중국은 이렇게 오래 깊은 관계를 맺고 있으니 우리 노래를 싣는 것도 좋지 않느냐'면서 '아리랑과 도라지 둘중에 하나를 새 교과서에 실어달라'고 요청했다”며 “큰 기대를 안했는데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요즘 중국에서 한류가 한창인데 그 덕분인지 중국아이들도 우리의 전통노래를 부르면서 거부감이 없다”며 “단순히 민간외교의 차원을 넘어 양국의 어린이들이 미래를 함께 열어간다는 의미도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