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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마을에 훌륭한 종돈(種豚)을 기르는 농가가 있었다. 새끼도 잘 낳고, 살도 잘 찌며, 육질도 좋았다. 이 소문을 들은 이웃 동네 면장이 비싼 값을 치르고 이 종돈을 사갔다. 면장은 훌륭한 종돈이 들어 왔으므로 돼지가 면 재정을 크게 호전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살이 찌지 않고, 또 육질도 형편없었다. 심지어 매일 한마리씩 죽어 나갔다. 화가 난 면장은 농부를 찾아가 따졌다. 농부는 "이 돼지라는 놈이 면장님을 닮아서 그렇습니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화가 난 면장은 "나를 닮았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라고 따져 물었다. 농부는 면장의 얼굴을 보고 말했다. "공무원을 닮았다는 말입니다. 저 돼지가 게을러졌어요." 하도 '개·돼지'가 뉴스의 중심에 있는 지라 웃자고 한 얘기다.

순자(荀子)는 '군도(君道)편'에서 "有亂君 無亂國 有治人 無治法"이라고 했다. '어지러운 임금은 있으나 저절로 어지러워지는 나라는 없고, 다스리는 사람은 있으나 스스로 다스리는 법은 없다'는 말로 지도자의 덕성과 지혜를 강조하고 있다. 나라가 혼란스러우면 그건 필시 부덕한 지도자 때문이라는 말이다. 임금과 신하가 표본을 보이면 백성은 자연히 그를 따르게 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달리 해석하면 공직사회가 올바르면 사회 전체가 올바르게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공직사회가 이미 몸을 도사리기 시작했다. '레임덕 (lame duck)' 때문이다. '재선에 실패한 현직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마치 뒤뚱거리며 걷는 오리처럼 정책집행에 일관성이 없다는 데서 생겼다'는 레임 덕이 우리에게 본격적으로 시작된 느낌이다.

'사드' 배치를 발표하는 그 시간, 외무부 장관은 양복 수선하러 백화점에 가 있고, 국민을 '개와 돼지'에 비유했던 교육부 고위간부는 파면위기에 처했다. 보다 못한 황교안 국무총리는 부처 감사관 회의를 소집하고 "공직자 정신차리라"고 일갈했다. 공무원을 공복( 公僕)이라고도 한다. 국민의 심부름꾼이란 뜻이다. 정권이 아무리 바뀌어도 공직사회, 아니 공복은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그게 진정한 국민을 위한 자세요, 공복의 표상이다. 아직도 대통령의 임기가 1년반이나 남은 시점에서 시간이 갈수록'땅에 납작 엎드려 도무지 움직이지 않는 伏地不動' 공복이 넘쳐나지 않을까 그게 너무 두렵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