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렌즈 플리퍼' 개발한 (주)고윙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대학생 웨딩촬영 알바중 아이디어 떠올라
'줌 ↔ 단렌즈' 중요한 순간 번거로움 해소
소호진흥협 인천지회 창업초기 도움 큰힘
기종 맞춤 모델 개발… 해외 2만여개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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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렌즈 홀더'(?). 주위에 사진 좀 찍어봤다는 이들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번 인터뷰에 함께 간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 사진기자 선배도 마찬가지였다.

이름도 생소한 이 제품은 인천시 남동구와 경기도 의왕시에 각각 사무실과 공장을 둔 (주)고윙이 개발했다. 요즘에는 '렌즈 플리퍼'(Lens Flipper)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렌즈 홀더는 사진 촬영을 하다가 렌즈를 빠르고 편리하게 갈아 끼우도록 만든 아이디어 제품이에요. 카메라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왜 이런 제품을 개발했는지 이해가 될 거예요." 지난 7일 만난 김현준(35) 고윙 대표는 "처음 보는 제품일 수도 있겠다"며 플리퍼를 꺼내 보였다.

렌즈를 교환하려면 일단 렌즈를 빼서 앞뒤 캡을 끼우고 가방에 집어넣은 뒤, 바꿔 낄 렌즈를 꺼내 장착하고 여기에 후드를 끼워야 하는 등 절차가 번거롭다.

특히 이른 시간에 렌즈를 교환해야 할 상황이라면 더 그렇다. 렌즈 홀더는 어깨에 메는 스트랩에 넓적한 팔찌 모양의 '플리퍼'라는 장치가 달려있어 이곳에 렌즈를 달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 바로 빼내 쓰도록 한 제품이다. 캐논, 니콘, 소니 등 기종에 맞는 다양한 모델이 나와 있다.

김 대표도 사진 좀 찍어본 사람이다. 그는 대학생 때 취미였던 인라인을 타는 자신의 모습을 멋있게 사진으로 담아보고 싶어 사진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고, 용돈을 벌 궁리를 하던 중 웨딩 촬영 아르바이트를 생각하게 됐다.

인천 스타트업 고윙 김현준 대표
김현준(35) 고윙 대표가 사진 촬영을 하다가 카메라에 렌즈를 빠르고 편리하게 갈아 끼우도록 만든 '렌즈 플리퍼'(Lens Flipper)를 설명하고 있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김 대표는 "웨딩 촬영을 하시는 분을 무작정 6개월간 매주 쫓아다니며 배웠고, 이후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주말에 놀면 뭐하냐'는 생각으로 계속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보통 웨딩 촬영을 할 때는 '줌렌즈'를 쓰는데, 다른 렌즈로 갈아 끼우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하지만 남들보다 잘 찍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단렌즈'를 함께 사용하던 김 대표는 렌즈를 교환할 때마다 큰 불편을 느꼈다. 그가 렌즈 플리퍼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시제품을 만들어 손에 쥐기까지는 단 3일이 걸렸다.

김 대표는 "처음 사용해 보고 정말 편리해 깜짝 놀랐다"며 "친구들 반응도 좋아 '이거 되겠다!' 싶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운도 따랐다. 창업을 결심하고 직장을 그만둔 뒤 인천에서 작은 사무실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1인 창조기업을 지원하는 한국소호진흥협회 인천지회가 그에게 작은 사무실을 내준 것이다.

또 경기도 안산에 있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합격해 창업 초기에 다양한 지원도 받을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지난 2013년 5월 창업했다. 회사 이름 고윙은 영어 'Go'와 'Wing'을 합친 것. 그는 "빠르게 결정하고 행동하는 기업, 꿈을 향해 날갯짓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 이름 앞에 붙은 새 그림에 대해선 "태평양을 건널 수 있는, 가장 멀리 안 쉬고 날아갈 수 있다는 앨버트로스라는 새"라며 "작지만 강하게 오랜 기간 전통을 만들어 나가는 기업이라는 의미도 담았다"고 말했다.

감격스러운 첫 매출은 이듬해인 2014년에 이뤄졌다. 그는 무작정 시제품 10개만 들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제품 박람회에 참가했다가 이스라엘 바이어를 만나게 된다. "제품 양산 준비는 됐는데, 돈이 없었어요. 제품에 관심을 보인 그 바이어에게 '양산비가 없다. 30%만 선불해 달라'고 솔직하게 얘기했더니, 선뜻 100% 선불(5천만원)을 해주더군요." (웃음) 고윙은 최근 2년간 5억원씩의 매출을 올렸다.

미국, 일본, 이스라엘, 독일, 호주, 싱가포르 등 세계 각지로 팔려나간 제품이 무려 2만 개에 달한다. 그동안 쉼 없이 달려왔다는 김 대표는 당분간 회사의 규모(매출, 직원 등)를 키우는 것보다는 자신을 되돌아보는 휴식기를 가지며 카메라 스트랩 관련 신제품 개발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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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윙 제공
■렌즈 플리퍼(Lens Flipper)

무겁고 복잡한 카메라 렌즈를 허리띠나 가방끈에 쉽게 탈·부착, 사진촬영시 빠른 렌즈 교환을 도와주는 아이디어 상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