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단한 일이다. 국립극장인 서울 해오름극장에서 공연중인 연극 '햄릿'이 개막 3일 만에 27회분 공연 티켓 1만6천200장이 매진됐다는 거다. 한국 최고 원로 배우들이 총출연, 명연기를 펼치기 때문인가. 자리 값이 R석 7만원, S석 5만원인데도, 뭣보다 연극 '햄릿' 같은 고급 문화향연에 심취, 유유자적(悠悠自適)하는 관객이 그처럼 많다는 게 놀랍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은 덴마크 왕자 햄릿이, 그의 부왕을 죽이고 모친을 왕비로 가로채 왕위에 오른 숙부에게 복수, 본인도 죽는다는 줄거리지만 '햄릿' 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대사가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햄릿형'이 '돈키호테형'과 함께 상반되는 성격 형이라는 거다. 전자를 우유부단 고뇌하는 내성적 성격, 후자를 천방지축 경망하고 성급한 성격으로 규정한 사람은 러시아 작가 투르게네프였다. 하지만 괴테는 햄릿형을 로맨틱형으로 좋게 봤다.
'햄릿'의 작가 셰익스피어는 또 어떤가. 그의 가치를 말해주는 한 마디가 바로 '(식민지) 인도를 포기할지언정 셰익스피어 없는 영국은 상상할 수 없다'는 토머스 칼라일(영국 비평가 역사가)의 명언이다. 셰익스피어가 인도 땅보다도 무겁다는 거다. 1564년 영국 중부지방인 워릭셔(Warwickshire) 스트래퍼드 온 에이번(Stratford on Avon)에서 출생한 셰익스피어의 학력은 초등학교가 전부다. 18세에 결혼, 극장 고용원과 배우를 거쳐 극단 전속 작가가 된 게 전부다. 그런데도 그가 세기적인 천재를 넘어 인류사의 천재로 꼽히는 이유가 뭘까. 그의 4대 비극 작품만 해도 그 플롯 구성력과 작중인물 성격 창조력, 심도 깊은 오묘한 심리적 통찰력, 그리고 절묘한 어휘 구사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는 희극 비극 역사극 합쳐 37편의 희곡을 썼고 14행의 정형시로 이어진 소네트 연작시(sonnet sequence)도 쓰는 등 시집도 3권이다. 그가 괴테(83)만큼 길게 살았다면 얼마나 많은 걸작을 더 남겼을까. 1616년 52세로 별세, 올해가 꼭 400주기(週忌)다. 연극 시작 전 묵념이라도 올려 주는 게 어떨까. 그의 시도 읽어 보고….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