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현실극복 의지 관점에서 (다) 태도 비판
■문제 유형
# 제시문 [마]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서술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의 화자를 비판하시오.
-2015년 경희대 인문 문제에서 발췌
[마]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13도
영하 20도 지상에 /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裸木)으로 서서 /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 받은 몸으로, 벌 받는 목숨으로 기립하여, 그러나 /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혼(魂)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속으로 불타면서 /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
영상으로 영상 5도 영상 13도 지상으로 /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 꽃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 꽃 피는 나무이다
[다]
나는 필명이 적요(寂寥)이다. 평생 시 이외의 잡문을 쓴 바도 없고 탤런트처럼 이리저리 얼굴을 내밀지도 않았다. 천박한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들일수록 천박한 짓과 천박하지 않은 짓을 악착같이 나누려고 한다는 것은 내가 혁명을 꿈꾸던 젊은 날 배운 것이었다. 지식인들은 더욱 그러했다. 그들은 천박한 자신의 욕망을 갖은 말로 치장해 감추면서, 세상에 대고 두 개의 나팔을 불었다. 이를테면 천박한 자라고 판결을 내리는 자에겐 트럼펫을 불고, 천박하지 않은 자라고 판결을 내린 자에겐 우아하게 색소폰을 불어대는 식이다.
그런 자 중에서 자기 판결의 확고한 명분을 갖고 있는 자는 사실 드물다. 명분이야 난무하지만, 대개는 눈치로 때려잡는다. 좀 더 깊이 알거나 좀 더 영향력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 어떤 지점을 향해 색소폰을 불었다 하면 그제야 너도 나도 줄지어 집중포화로 포즈도 우아하게, 색소폰을 일제히 불어 젖힌다. 천박하다고 판결해, 트럼펫을 불어야할 때는, 그 짓조차 오물을 뒤집어쓸지 몰라 조심조심하다가 최종적으로, 침묵은 밑져도 본전이라는, 지식인 사회의 은밀한 불문율을 따라가고 마는 것도 그들이다. 문단이라고 뭐 예외가 아니다.
내가 필명을 적요라고 정할 때, 사실 나는 그런 지식인 사회의 구조를 명백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들이 온갖 소음의 진원지라는 것을. 이제 비로소 고백하거니와, 적요라는 필명은 그러므로 나의 여우 같은 전략이자 그런 자들에게 대한 통렬한 발언이기도 했다. 내 전략은 유효했고, 시인으로 나는 성공했다. 성공하기까지 기다림이 좀 길었을 뿐이다.

또 다른 하나는 '아래 자료 중 하나를 활용해 문제 1의 두 입장 중 하나를 택해 그 입장에서 다른 입장을 비판하시오'입니다. 이런 유형의 문제는 특정한 제시문의 관점(입장, 태도)을 제시하거나 선택해 다른 관점(입장, 태도)을 비판하는 것입니다.
■ 문제 해결 방법론
①비판의 기준 찾기
제시문 [마]에서 비판의 기준이 되는 입장이나 태도를 서술해야 합니다. 제시문 [마]에서는 겨울을 견뎌 내며 꽃을 피우는 나무를 의인화해 암울한 현실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지상에 뿌리박고 꽃을 피우는 나무의 모습을 통해 부정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소유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이 작품에서 시인은 주어진 현실을 주체적으로 극복해 나가는 삶의 태도를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②비판의 대상 찾기
제시문 [다]에서는 비판의 대상이 되는 무엇을 찾아야 합니다. 제시문 [다]에서 화자의 입장이나 태도를 서술해야 합니다. 제시문 [다]의 화자는 명분 없이 타자의 의견을 추종하는 지식인들의 태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는 이러한 지식인 사회의 구조를 이용해 성공을 추구하고 있으며, 이른바 침묵을 통해 시류에 영합하는 지식인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③비판적으로 서술하기
서로 대립적인 입장이나 태도를 연관해 비판의 글을 작성해야 합니다. 우선 비판의 기준으로 [마]에서 제시하는 나무의 삶의 입장이나 태도를 정리해 보면, '제시문 [마]에서 나무는 어려운 삶의 현실에서 강한 의지로 희망을 잃지 않고 이를 주체적으로 극복하는 삶의 태도'를 보여줍니다.
반면 제시문 [다]의 화자는 '어려운 삶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오히려 침묵으로 성공을 추구하는 지식인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주어진 현실의 고통을 스스로 힘으로 극복해 가는 [마]의 나무의 삶의 모습을 통해 [다] 지식인의 거짓과 태만적인 삶의 모습을 비판할 수 있다고 결론을 맺을 수 있습니다.
/송기식 박문여고 교사
※위 논술카페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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